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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이란 어떤 걸까요.거리에서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각자의 소속된 곳에서 동료라는 이름으로 만나는 사람들,친구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만나온 사람들….그 가운데 ‘유일한 너의 나,나의 너’가 될 수 있는 인연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인연으로 맺어진 이들을 ‘운명’이라 부르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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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마주보려합니다.

  여기 2명의 남녀가 있습니다.남자는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10년전 만나 오랫동안 사랑하던 여인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죠.낮에는 거리의 사람들이 원하는,대중적인 노래를 불러야하지만 인적이 드문 밤거리에선 자신의 상처를 소재로 직접 만든 노래를 부릅니다.일거수일투족조차 놓치기 싫어 홈비디오 카메라로 모습을 담아뒀던 그녀지만 지금은 “I don't wanna her back.(그녀가 돌아오길 원치 않아)”이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마음을 다쳤습니다.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엔 언제나 그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다만 다시는 상처받기 싫어하는 마음과 그녀를 보고싶은 마음 중에 뭐가 더 절실한 지 확신이 서지 않아 그녀에게 연락하길 망설이고 있을 뿐입니다.

  여자는 체코에서 도망치듯 아일랜드로 왔습니다.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졌고 결혼했지만 자신보다 훨 나이가 많은 남편은 자신의 사랑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그를 위해 노력하지만 남편은 그 노력을 오해하기만 합니다.하지만 여자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습니다.외려 자신을 책망합니다.그래서 “I wish i didn't have to make all those mistakes and be wise.(그 모든 실수를 하지 않고 좀더 지혜로웠어야 했는데….)”라고 노래합니다.그의 잘못으로 사랑이 깨졌더라도 여자에게 원망스러운 건 늘 자기 자신입니다.그를 믿었던 자신,좀더 현명하게 그를 대하지 못했던 자신,그래서 무기력하게 울고만 있는 자신 때문에 사랑이 일그러진 것만 같습니다.그래서 미안해하고 또 책망합니다.

  진공청소기 수리공인 남자에게 다가가 마침 진공청소기가 고장났다며 ‘작업을 거는’ 여자에게 새로운 만남이란,자신에 대한 책망에서 벗어나기위한 계기로 작용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입니다.하지만 남자는 처음,외로움을 벗어나기위한 도구로 여자를 대합니다.그래서 남자는 만난 지 이틀만에 “stay this night?(같이 잘래?)”라고 섣불리 물었다가 실망한 여자를 보내고 금방 자신이 틀렸음을 후회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됩니다.남자는 자신이 만든 곡이 너무 로맨틱해 가사를 붙일 수조차 없는 ‘불구적인’ 자신을 그녀에게 위탁하면서 마음을 엽니다.여자는 남편을 위해 만들어둔 노래를 부르다,결국 마무리하지 못하고 눈물지으며 남자의 어깨에 기대 마음을 엽니다.

  서로를 원하려는 찰나,엄마와 아이를 부양해야하는,게다가 별거중이지만 결혼이라는 굴레에 덧씌워진 여자는 함께 런던으로 떠나자는 남자의 제의에 응할 수 없음을 얘기합니다.남자도 아직 확신하지 못한 전 여자친구와의 관계,그리고 여자의 현실 앞에서 선뜻 그녀에게 손을 내밀진 못합니다.결국 남자는 음악을 하기위해,또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기위해 런던으로 떠나고,여자는 더블린으로 찾아온 남편과 함께 “아빠가 필요한” 딸을 키우기로 마음먹습니다.남자는 떠나면서 그들을 이어줬던 ‘음악’의 흔적을 여자에게 남기기위해 피아노라는 도구를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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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지만,같은 높이에 서있지 않은 남녀.그렇기에 아마 '한때'에서 '인연'으로 갈무리되진 못했나 봅니다.


  원스(once).사전을 찾아보면 ‘한때’라는 뜻이 나옵니다.‘한때’ 그들은 만났고 ‘한때’ 그들은 마음을 나눴고 ‘한때’ 그들은 사랑할까 생각해봅니다.하지만 둘은 결국 ‘인연’이 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갑니다.그래서 영화는 ‘한때’라는 이름으로만 마무리됩니다.하지만 ‘인연’은 ‘한때’일 수 없습니다.아니,‘한때’ 일순 있겠지만 결국 ‘너 없으면 살지 못하는 나와 나 없으면 살지 못하는 너’라는 걸 서로가 깨닫게됐을 때 ‘한때’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변신합니다.과연 영화가 남긴 여운처럼,그들은 ‘한때’에서 벗어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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