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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며칠 전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박근혜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박정희와 육영수의 영정을 앞에 두고 큰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진 교수는 “혹시 이런 미래를 원하십니까?”라고 썼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모습이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미래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진중권 트위터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박정희를 신성화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되어도, 2012년의 한국 사회에서 이런 모습이 일반화하리라 상상하는 건 무리수다. 진 교수도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25년 동안 진화한 한국의 민주화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공고화해 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을 하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는 없나요. (이명박 네거티브만 하다 패배한) 2007년은 기억 안 나나요?”라고 물었더니, 다른 트위터리안이 친절하게 한마디 한다. “문재인이 안 되면 박근혜가 되기 때문에요.^^”
18대 대통령 선거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문재인 캠프는 “박근혜 후보는 ‘유신의 딸’이고, 이명박 정부의 민생 파탄의 공모자이며, 수첩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수첩 공주’인데다, 도덕성까지 상실한 불통 후보”라며 연일 ‘박근혜 때리기’만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 이미 문재인 지지가 확실한 이들만 즐거워하며 환호한다. 하지만 박근혜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문재인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은 그저 시큰둥할 뿐이다. 1
문 후보의 공약이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외고·국제고·자사고 단계적으로 일반고 전환’ ‘쉼표가 있는 교육’ 정도가 눈에 띈다. 고교 서열화를 방지하고, 중2 때 학업 부담에서 벗어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할 여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교 서열화 등 초·중등 교육 파행의 근본 원인인 대학 학벌 서열화에 대한 개혁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노무현 정부 초기의 교육 개혁 의지보다 후퇴한 지점이다. 참여정부가 말기에 펴낸 <대한민국 교육 40년>은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가 ‘대학 서열 구조의 해체’였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과거의 정책 실패와 성공의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면 미래의 교육 개혁도 없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문 후보 지지자들은 ‘닥치고 정권 교체’만 외친다. 그리고 한 트위터리안은 진보 진영의 대통령 후보에게 일단 토론회에 나가서 ‘박근혜 때리기’를 도와주다가 선거 열흘 전에 사퇴하라고 얘기한다. 그 트윗은 266번이나 리트윗됐다.
정치적 의사는 위탁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의사를 ‘닥쳐두고’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 선택이 가져온 미래에 대한 책임 역시 내가 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닥치고 문재인에게 투표하라’는 말이 도무지 잘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책임까지 닥치고 내던지라는 폭력으로 읽히는 까닭이다. 과연 무엇을 위한 정권 교체인가.
*<한겨레21> '이 주의 트윗 - 크로스'에 실렸음.
*함께 쓴 이동연 교수의 글까지 보려면 여기
- 윤다정 <미디어스> 기자의 11월 29일치 기자수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