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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에서 1년 남짓 글 쓰며 대중과 지근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허섭한 글 실력으로 '인앤아웃'이란 칼럼을 쓰고, 그 글에 호응하는 대중과 멀리서나마 글에 대한 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유하고 고민했다. 그런 점에서 '인앤아웃'은 나만의 글이 아니라, 공동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인앤아웃'을 쓸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과 메트로신문을 거쳐, 이제 한겨레신문이라는 세 번째 일터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막연하게 꿈꿨던 곳이고, 같은 공간의 경쟁사에서 일하던 시절엔 막역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쩍 비판적 눈길로 바라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 조직을 바꾸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 따위의 말을 던지진 않겠다. 다만 이런 식의 변은 어떨까.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한겨레 구독신청서를 들고다닌다는 홍세화 선생은 "한겨레신문을 구독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비판적 구독자가 되라는 것이지 맹목적으로 그것만 보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 사이에 경쟁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신문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해야할 일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내겐 있다.


'비판적 지지'의 망령이 엄습할 수 있지만, 나는 진보신당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그저 낭인일 뿐이다. 온전한 낭인이 되지 못하는, 그저 B급이긴 하지만 끝까지 낭인으로 남고 싶다. 그런 점에서 간단히 말해 '기분 좋은 곳에 오래 있으면 그렇지 않은 곳도 가고 싶어지는' 성가신 성질 머리 탓으로 변을 돌릴 수도 있겠다.


'인앤아웃'으로 43번이나 호흡한 글 중엔 다시 읽어보면 부끄러워지는 글들이 많다. 하지만 미디어스 기고는 계속 할 예정이고, 새로운 글로 블로그를 꾸며갈 생각이다. 프로필은 바뀌지만 나는 나일 뿐, 소속이 나를 규정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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