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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저이긴 하지만 내 생애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주제는 안철수이고, 나는 2번째 장에서 안철수의 메시지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제목은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 4대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안철수를 바라보는 대중에 속해 있었거나 혹은 한 발짝 떨어져 있길 원했던 당신이라면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고 이 공간에서 함께 토론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하는 청년 정치평론가인 한윤형이 쓴 책의 서문이다.

 

‘안철수, 대통령? 대통령, 안철수?’

 

출판사로부터 안철수를 소재로 책을 쓰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그렇다면 안철수가 정치권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는 책을 쓰고 싶다.”고 어필했다. ‘안철수’란 이름 뒤에 ‘대통령’이란 단어를 붙여보자는 제의는 그 당시로서는 너무나도 낯선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런 발상이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 역시 안철수란 인물을 희구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그것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를 풀어보자는 취지의 책을 떠올리는 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다른 저자들 역시 대략 이런 수준에서 동의를 하고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정치의 생명력과 역동성은 정치평론가의 부실한 상상력 저 너머에 있음이 또 한번 증명되었다. ‘안철수’란 이름 뒤에 ‘대통령’이란 음절을 발화하는 건 몽상가의 객기가 아니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업무가 되었다. 자연스레 저자들의 작업의 호흡도 가빠졌고 한국 사회의 ‘문제적 현상’을 대면하고 있다는 희열도 커져만 갔다. 그렇게 이 작업은 “안철수, 대통령?”이란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통령, 안철수?”란 새로운 물음으로 끝이 났다.

 

저자들은 안철수의 열렬한 팬이나 정치적 지지자가 아니며, 그에 대한 생각의 결도 조금씩은 다르다. 그러나 그렇기에 우리는 오히려 ‘안철수 현상’에 대한 열광이나 냉소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을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지금의 계절처럼 여름을 지나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가을에 진입하고 있다. 미래의 몫을 당겨와 잔치를 벌였던 미국과 유럽의 경제는 긴축을 요구받고, 부동산 자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형성된 한국의 중산층 역시 앞날이 어둡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 세계는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적어도 세상이 갑자기 좋아지는 일은 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주류인 50대, 즉 전후(戰後)세대는 산업화를 일구어낸 자신들의 위대한 공적을 자랑하며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라 요구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제품이 전 세계를 뒤덮고 서구 청년들이 K-팝을 흥얼거리며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 하더라도, 전후세대 이전에 산업화에 투신한 노년층 자살률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의 사망률보다 높고, 자신의 자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불임세대’가 된 객관적 현실을 거스를 수는 없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미국 드라마 <얼음과 불의 노래>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겨울이 오고 있다.”(Wintter is coming.) 따스함에 대한 갈망은 이처럼 으슬으슬한 추위에서 생겨난다. 안철수를 향한 강렬한 열기(熱氣)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시리도록 느끼는 한기(寒氣)의 산물이다. 특히 앞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날이 많은 청춘세대들이 안철수에게 열광하고 있다. 대체로 전후세대가 그들에게 “왜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아 실업률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들어오게 만드는가?”라고 힐난하고 386세대는 “왜 투표를 하지 않아 이명박을 만들었는가?”란 책임전가를 하였던 반면, 안철수만큼은 “이런 사회를 만들어 미안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이 일종의 ‘메시아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리하여, 안철수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평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총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인 “안철수, 한국 정치에 접속하다.”는 내가 쓴 글이다. 나는 안철수가 한국 정치에 접속한 순간의 스파크, 그 스파크가 생겨난 배경, 그리고 그것에 대한 세간의 비평을 프리즘으로 하여 바라본 한국 사회를 기술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나는 9월 한달 동안 안철수를 소재로 쓰여진 100편이 넘는 칼럼들을 정독했고 그중 20여편은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선 안철수를 활용한 정치개혁 프로젝트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 소박하게나마 대안을 제시해 보려고 했다. 내가 제시한 두 가지 프로젝트, 즉 ‘다당제 선거연합’과 ‘민주당의 해체 및 재구축’은 그다지 독창적인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굳이 ‘안철수’라는 키워드를 빼고 생각하더라도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2장 “안철수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는 <한겨레> 사회부 이재훈 기자의 작품이다. 그는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 고심’에서 ‘불출마 선언’까지의 5일 동안 안철수가 던진 메시지를 담담히 톺아보는 것을 시작점으로 하여, 안철수가 지난 몇 년간 출연한 방송의 스크립트와 ‘청춘콘서트’와 같은 강연회 원고, 신문 인터뷰와 두 권의 자서전 등을 통해 그가 남긴 메시지들을 비평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안철수의 행동과 발언에서 차별화의 욕망, 타인에게 개입하지 않는 도덕률,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르시시즘 등을 발견해내고, 그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탈정치적 도덕주의와 자기계발 담론, 그리고 엄친아 판타지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한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안철수를 진지하게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밝혀낸 ‘안철수의 빈 공간’에 대해서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3장 “안철수와 언론”은 인터넷 매체비평지 <미디어스>(www.mediaus.co.kr) 기자인 김완의 시선으로, 앞으로 안철수가 맞닥트리게 될 언론의 선거개입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서 추정해 본다. 우리는 언론이 관찰자에 불과하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의 역사에서 언론의 선거개입은 변수가 아닌 상수였다. 김완은 지난 선거들을 통해 실현된 조중동의 선거개입과 이에 맞선 진보언론들의 개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안철수를 통해 새로운 매체인 SNS가 언론지형도를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예측을 내놓는다.

 

4장 “ ‘안철수 대통령’에 이르는 아흔아홉 고개”는 청년 정치평론가인 김민하의 즐거운 사유실험이다. 그는 안철수가 정치영역에 등장할 수 있는 온갖 가능성을 재기발랄한 문체로 기술한다. “안철수 on 한나라당”, “안철수 in 민주당”, “신당 by 안철수”의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김민하의 의도가 단지 정치현상에 대한 예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를 둘러싼 정치지형도를 이해하기 버거워할 평범한 사람들에게 각 정치세력의 역사와 현실을 간략하고 재미있게 정리해 주는데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안철수는, 우리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 저자들에게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돌아갈 몫이다. 이 책을 통해 한 번 그 가능성을 시험해 보시라. 결코 손해보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계속해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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