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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청춘들은 2007년 대통령 선거 이후 4년 동안 기성세대들에게서 “투표하지 않는다”는 호된 질책을 들었다. 20대에겐 더욱 험한 지탄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청춘들이 다시 세상을 바꿀 동력이라며 떠받들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치적으로 각성했다”는 환호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이런 반응과 변화된 관점에 동의할까. 그들에게 삶과 정치란 과연 무엇일까.

 

<한겨레>는 이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지난 한 달 동안 2030세대 36명을 만나 1명당 최소 2시간 넘게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와 통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36명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서울 비강남, 지방 등 거주지역과 계층, 학력별로 다시 분류해 봤다.

 

조사 결과, 심층 인터뷰 대상 36명 가운데 86.1%(31명)는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까닭은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36명 가운데 69.4%(25명)가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적어도 1번 이상은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이가 91.7%(33명)나 됐다. 대의 정치를 불신하지만,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한국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86.1%(31명)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까닭과 풀이 방법은 제각각 달랐다.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의 문화를 깊이 내면화해 사회 구조보다 자기 자신을 책망하고 그 언저리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많았다. 반면 그런 문화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았다.

 

<한겨레>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치러지는 2012년을 맞아, 2030세대가 말하는 ‘나의 정치’에 대해 5차례에 걸쳐 짚어볼 예정이다. 먼저 1회에서는 <한겨레>가 만난 36명 가운데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특징을 4가지 열쇳말을 통해 정리해봤다.

 

시리즈는 모두 5회로 이뤄져 있다. 매일 나올 때마다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 1회 - '포스트 IMF 세대' 4가지 열쇳말

1면 - 25살 서연씨가 말하는 고장난 세상

4면~5면 - 4가지 열쇳말은 '생존경쟁'-'스펙업'-'불공정 사회'-'나의 합리성' 


# 2회 - 꿈틀대는 '포스트 IMF 세대'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피로와 불만은 2030들이 정치적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된다. 심층 인터뷰에서 2030 36명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각자의 투표 의지를 또렷이 드러냈다. 삶이 팍팍해 여유가 없었거나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정치에 거리를 뒀던 2030도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에 정치적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투표를 통해 작동하는 대의정치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풀어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의 바탕엔 투표로 사회가 변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근본적인 회의와 냉소가 있고, 투표를 통해 변해갈 세상과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을 별개로 보는 인식의 한계도 있었다. 이들에게 세상은 자신을 성장시키고 보호해주는 공간이 아니라 무한 경쟁에서 누군가를 딛고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이다. 사회 구조나 환경의 제약보다 자신의 능력 부족에 더 많은 책임을 돌리는 인식이 몸에 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면~4면 - "반값 등록금 실현된 서울시립대 부러워" 투표 나서는 젊은 99%들

 
5면 - "너희 학교 학생들은 뽑지 않아" 말문 막혀도...분노보다 실력쌓기
 

# 3회 - 계급정치는 '강남'에만 존재한다


한국 사회는 빈부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중산층이 줄어드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을 ‘저소득층’이나 ‘노동자’ 대신 ‘중산층 회사원’이라고 불러주길 바란다. 정당들도 특정 계층을 대변한다고 말하기보다 뭉뚱그려 ‘국민’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2030’이라고 한 묶음으로 불리는 청춘들도 과연 그럴까.

‘2030 고장난 세상을 말하다’ 시리즈 3회에선 부유층이 많은 서울의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2030과 청년 노동자 밀집지역인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2030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정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강남의 2030은 새누리당에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진 않지만, 가족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고, 구미의 2030은 지역의 전통적인 정서에서는 벗어나 있었지만 노동자 정당과는 접점이 없거나 정치에 무관심했다.


1면~6면 - 강남선 ‘재산도 대물림, 지지정당도 대물림’

7면 - “구미 사람들은, 통합진보당.진보신당 존재 자체를 잘 모릅니다”


# 4회 - 정당정치 불신의 대리인 안철수

2030들은 투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그 이상으로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지난 15년 동안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정권교체가 두 차례 이뤄졌지만, 2030들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2030들 다수에게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었다. 만약 민주당이 올해 양대 선거에서 이긴다 해도, 2030은 언제든 등을 돌릴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기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변화를 향한 열망으로 이어졌고, 때마침 ‘도덕적으로 깨끗하게 성공한 경영인’이란 이미지로 주목받던 안철수 교수가 ‘대리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안 교수는 기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도 한때 ‘박근혜 대세론’까지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번의 큰 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2030들은 안철수 교수에 대한 호감의 이면에서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과연 현실 정치를 바꿔낼 수 있을까?”

1면~6면 - "서민 삶 변한게 없어" 깊어진 정치불신


7면 - 정당불신의 대리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와 의구심
 


# 5회 - 자기계발의 피로, 맷돌을 부수고 나오다

모두가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사회에서는 잠시 숨을 고르면 주위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뭉개뭉개 피어난다. 그러나 정작 폭주기관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종착역’이 어딘지를 알지 못한다. <한겨레>가 심층 인터뷰한 2030들은 대부분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사회가 가리키는 쪽으로 묵묵히 내달리고 있었다. 손을 먼저 내밀며 “같이 숨을 고르자”고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말해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폭주 상태의 불안감과 힘겨움에 대한 책임을 ‘속도’를 잘 맞추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고장나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2030이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고장난 세상에 의구심을 품고, 같이 숨을 고를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연대를 갈망했다. 폭주하는 대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그런 ‘소수’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봤다.

1면~8면 - 성공신화에 저당잡힌 삶, 연대로 희망 찾다

9면 - 
“상품 아닌 인간으로”…무한경쟁 시대와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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