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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을 강력하게 호출하는 냄새는 비린내다. 아버지의 벌이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었던 어머니는 내가 여섯 살 때 5평 남짓한 크기의 아파트 상가에 사글세를 얻어 횟집을 열었다. 뭍밖에 없는 대구에서 회 장사를 하려면, 매일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왕복 세 시간 거리의 포항 죽도시장을 다녀와야 했다.


어머니는 한 순간도 검게 찌든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어시장 바닥을 휘젓고 다니며 싱싱하면서도 싼 횟감을 찾았다. 그런 어머니의 몸에선 늘 시큼하고 짠 바닷물, 그리고 썩은 생선 냄새가 났다. 어쩌다 어머니의 허벅지를 베고 누우면, 그 비린내가 자욱하게 내 코를 찔렀다. 그리고 가끔은 그 냄새에 피비린내가 섞이기도 했다.


몸쓰는 일을 하던 아버지는 갓난 아기 때 어미를 잃었다. 계모에게 핍박받고 네 명의 배다른 동생에게 무시당하며 생긴 열등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력 결핍을 직장에서 자극받으면, 어머니와의 자존심 싸움으로 화를 풀곤 했다. 그 싸움은 자주 폭력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밤새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 자주 나를 허벅지에 눕히고 귀지를 파주었다. 당신과 당신은 그때의 일을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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