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를 들여다보는 눈길

당신은 기억하나요?

B급 낭인 [이재훈] 2013. 2. 15. 22:32

내 어린 시절을 강력하게 호출하는 냄새는 비린내다. 아버지의 벌이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었던 어머니는 내가 여섯 살 때 5평 남짓한 크기의 아파트 상가에 사글세를 얻어 횟집을 열었다. 뭍밖에 없는 대구에서 회 장사를 하려면, 매일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왕복 세 시간 거리의 포항 죽도시장을 다녀와야 했다.


어머니는 한 순간도 검게 찌든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어시장 바닥을 휘젓고 다니며 싱싱하면서도 싼 횟감을 찾았다. 그런 어머니의 몸에선 늘 시큼하고 짠 바닷물, 그리고 썩은 생선 냄새가 났다. 어쩌다 어머니의 허벅지를 베고 누우면, 그 비린내가 자욱하게 내 코를 찔렀다. 그리고 가끔은 그 냄새에 피비린내가 섞이기도 했다.


몸쓰는 일을 하던 아버지는 갓난 아기 때 어미를 잃었다. 계모에게 핍박받고 네 명의 배다른 동생에게 무시당하며 생긴 열등감,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학력 결핍을 직장에서 자극받으면, 어머니와의 자존심 싸움으로 화를 풀곤 했다. 그 싸움은 자주 폭력으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밤새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 자주 나를 허벅지에 눕히고 귀지를 파주었다. 당신과 당신은 그때의 일을 기억할까.

댓글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3.02.20 01:12
  • 프로필사진 B급 낭인 [이재훈] 안녕하세요, 은유님. 이재훈입니다.
    남겨주신 댓글을 보고서야, '고3 모친 살해사건'에 달려 있는 '은유'님과 제가 영화 시사회에 동행했던 '은유'님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묘한 인연이네요. ^^;

    말씀 덕분에, 잠시 잊고 있던 그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좀 부끄러운 지점도 있고 그렇군요. 그 사건은 제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나-들> 창간 초기에, 그 스토리를 추가 취재해 처음부터 다시 차곡차곡 사연을 짚어가는 연재물을 기획하려고도 했었지요. 그러다 고3 학생 부친이, 아직은 취재할 때가 아닐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셔서..보류해두었습니다. 사실 그 빈자리에 시작한 연재가 응급실 이야기가 실린 '현장에서 본 삶'입니다.

    학인들과 인상깊게 길을 읽어주셨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위의 글은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잔상을 그냥 휘갈겨본 건데..정리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정리되면 다시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
    2013.02.24 17:55 신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