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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IN&OUT no.2

김문수 경기지사는 26일 황우석 박사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김 지사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생명공학연구는 계속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보다 이틀 전, 황 박사는 검찰에 의해 논문조작과 연구비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김 지사가 새삼 황 박사에게 무죄 추정 원칙을 적용한 걸까. 하지만 왠지 김 지사의 정치적 위치에 과학이, 그것도 윤리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과학이 종속적으로 ‘복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신기전’은 세종 시대 조선이 세계 최초의 로켓을 개발했다는 얘기다. 명나라가 조선에 압력을 가했고, 결국 전쟁을 벌여 조선군이 신기전으로 명군을 격파하는 얘기를 담았다. 지정학적 위치 탓에 늘 강대국에 억눌렸던 한반도 역사를 배워온 한국인들에게, 영화는 일종의 카타르시스였다.

로호가 25일 발사됐다. 어릴 때 봤던 만화 속 로켓같이 정말 3000도 넘는 화염과 굉음을 뿜으며 눈 앞에서 둥실 떠오르던, 그 하얀 비행물체는 그저 ‘신기’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위성 2호의 궤도 진입이라는 임무엔 실패했다. 모두 아쉬워했다.

반면 어딘가에선 안도의 한숨이 흘렀다. 예의 그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이다. 그들에게 나로호는, 1998년 8월 발사된 북한의 대포동 1호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우주발사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같은 이중용도 기술’이라는 시각이다. 2025년 탈탐사 착륙선으로 한국인 ‘닐 암스트롱’을 탄생시키자는 우주 꿈은 그래서, 뭔가 또 다른 과학의 국제정치 종속적 ‘복무’로 읽힌다.

그럼 대한민국이 군사 강국이 되면 안되냐고 묻는다면, 사실 답하기 조심스럽다. 우리가 군축을 나홀로 선언한다해서 주변국들이 군사기술 개발에 바로 손을 놓진 않는다. 국제관계에서의 평화구현이 개별 국가의 선언으로 일괄타결되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북한이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했던 대포동 1호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미사일이라고 거품 물던 이들이, 나로호를 보고 ‘우주 꿈의 결정체’라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이중잣대를 가지는 것만은 삼가야하는 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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