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은 일상이 소멸하는 시간이다. 팽팽하게 긴장됐던 일상은 하루가 시작되는 자정에 이르는 순간 전날의 긴장을 접고 평온한 어둠으로 사라진다. 자정에 이르러 이성과 감성은 스며들 듯 교차한다. 자정은 하루의 죽음을 알리는 시간이다. 하루의 시작이 자정인 것처럼, 삶은 죽음에서 기원해 죽음으로 돌아간다. 자정부터 아침 7시는 일상에서 소외된 시간이기도 하다. 이 소외된 시공간에 깨어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일상성에서 벗어난 지점 어딘가에 위치해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잠들 수 없거나 혹은 잠들기를 거부하거나, 팍팍한 일상이 그들을 잠들 수 없도록 강요하는 건 마찬가지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의 시간은 그래서, 일상에서 유리되거나 소외된 자들의 것이다. 여기 이 소외된 시간에 소외된 자들에게 문을 여는 가게가 ..
이재훈의 인앤아웃 no.7 아이는 말을 잃었다. 바싹 마른 입술은 이따금 불안하게 달싹이며 뭔가 말을 만들어내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소리로 맺히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혹시 설명해도, 그게 사실이라고 증명할 방도가 없다. 눈동자는 깊이를 잃은 채 마치 흐린 유리창 같다. 들여다봐도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는 어디에도 초점이 맺혀 있지 않다. 바라보는 것은 가상의 한 점에 지나지 않았다. 질문에 반응하는 아이의 고갯짓은 행동반경이 고작 1㎝도 되지 않았다. 깜빡 놓쳐버릴만큼 작은 움직임이었다. 아이는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남은 빈 허물처럼 보인다. 성인에게 수없이 반복적으로 강간당했다. 자궁 내부에도 상처가 있고, 난자의..
- Total
- Today
- Yesterday
- 화성
- 교육
- 욕망
- 범죄
- 연쇄살인
- 정치
- 노동
- 지방선거
- 이명박
-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 김진숙
- 죽음
- 관계
- 쌍용차
- 쌍용차 옥쇄파업
- 월드컵
- 한나라당
- 신자유주의
- 트위터
- 천안함
- 진중권
- 촛불
- 좌파
- 폭력
- 연쇄실종
- 남아공월드컵
- 하종강
- 살인
- 진보
- 표창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