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언론의 판단 기준이 '법을 준수했는지 아닌지' 여부에 종속되어선 안 된다. 언론은 법의 심판자가 아니다. 게다가 법은 언제나 기득권의 논리에 의해 재생산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언론은 법보다 넓은 도덕의 문제 혹은 개별 윤리의 문제를 기준으로 사안을 논쟁할 수 있어야 한다. 비단 언론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논쟁의 잣대에서도 마찬가지로 법만이 오롯한 잣대가 될 수 없다. 언론이 기자와 데스크, 국장단 편집회의에서의 치열한 보고와 토론 과정을 통해 기사를 생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합법 불법 여부만으로 기사 가치를 판단한다면, 그런 보고와 토론 과정은 일정 부분 생략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실의 언론은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많은 경우 법의 잣대에 판단을 내맡기는 경우가 ..
이재훈의 인앤아웃 no.20 장발장은 빵을 훔치고 19년간 감옥살이를 해야했다. 지금 다시 법정에 그를 세운다면 굶어 죽을 수 없었던 절박한 선택과 그 반대 급부에 서 있는 빵 주인의 경제적 손실을 두고 법리 논쟁이 펼쳐질 것이다. 이때 법은 절실한 처지를 동정하는 시각을 배제하고 절도죄라는 법리로만 그를 구속할 수도 있고, 경제적 손실만 갚으면 절도 행위 자체는 감면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의만으로 판단하는 법정에서라면 그는 단연코 무죄다. 굶어 죽음으로 인한 생명의 손실보다 우위에 설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이 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수사기록 공개 여부의 열쇠를 쥔 형사소송법을 두고 법리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법리 다툼 뒤에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온 법원의 ..
이재훈의 IN&OUT no.3 비정규직법의 공식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보호'한다,고 돼 있다. 법의 얼거리는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2006년 11월30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노동계는 "2년이 되기 전 비정규직을 해고하면 막을 수단이 없다"고 반발했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맡았던 직책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보완돼야한다고 주장했었다"고 했다. 직책이 보존되면, 사측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일이 손에 익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래서 적어도 무차별 해고는 막을 수 있다는 대안적 논리였다. 경총 등 사측 단체는 침묵했다. 법도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논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