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이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은 IS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여성 혐오 역시 하나의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가정환경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고, 원활치 않았던 부모와의 관계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 밖에도 아직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18년의 삶 안에 녹아있다."내 나라와 가족들을 떠나고 싶다.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은 한국 땅에서 김군의 삶이 그만큼 원활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PC를 리부트하듯, 새로운 사회적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이 하필히면 타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테러 집단이었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IS만큼 그들..
얼마 전 올렸던 블로그 글 ‘샤를리 엡도 이후: 언론의 자유가 곧 비판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니다’나 각종 다른 글로만 간접적으로 샤를리 엡도를 접하는, 프랑스어를 한 줄도 읽지 못하는 나는 많은 이들이 샤를리 엡도를 일컬어 ‘모든 권위와 체제에 저항하기 때문에 좌파 잡지'라고 말하는 설명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과연 우리는 모든 권위에 저항해야 하고 모든 체제에 저항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권위와 체제에서 자유로운,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운 관계로 이뤄진 사회는 과연 가능한가. 권위는 권위주의와 동일한 개념인가.나는 일정한 권위는 체제를 돌리는 데 있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체제를 배제하자는 말은 어쩌면 그냥 차별을 하자는 말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체제없는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
이재훈의 인앤아웃 no.10 길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영화 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알제리의 민족해방전쟁을 그리고 있다. 네이팜탄 폭격에 의해 무고한 민간인이던 친인척을 잃어야했고 자기 삶의 터전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더러운 아랍놈"이란 말을 듣고 살아야했던 알제리인들은, 시대의 야만과 무너진 자존감에 대한 분노를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에 대한 지지로 해소한다. FNL은 저항의 첫 수단으로 테러를 선택한다. 이에 프랑스는 1957년 공수부대를 투입해 알제리인 거주지역을 게토로 만들고 무차별로 거주민을 검거한 뒤 고문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 FNL 조직을 붕괴시킨다. 그러나 민중은 사라진 FNL의 저항정신을 잊지 않았다. 3년 뒤의 민중 봉기와 그에 따른 2년 뒤의 독립 쟁취는 그 저항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