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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트윗

@mettayoon : 영화 '광해'를 보았습니다. 기득권자들, 보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친일과 독재의 뿌리들. 광해를 죽이려던 서인 세력들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몬 그 침묵의 카르텔이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문재인후보가 운 이유, 이제사 납득이 됩니다.


이것은 어떤 가면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조선의 왕 광해는 암살 위협을 피하고자 자신과 닮은 천민 하선에게 대역을 맡긴다. 하선은 독에 취해 쓰러진 광해를 대신해 군왕 노릇을 한다. 조세 개혁을 위한 대동법을 시행하고, 명에 사대를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실용적인 중립 외교를 명한다. 무엇보다 백성을 우선으로 생각한 착한 군왕의 현시다.

이야기는 또 다른 가면을 낳았다. 여기서 가면은 가짜 왕 하선에게 실존했던 광해의 얼굴을 덧씌우고, 이를 한국 사회의 어떤 ‘선출된 왕’이었던 인물과 동일시한 뒤, 이미 세상을 등진 그 인물에 대한 연민의 이미지로 확장되는 어떤 재생산의 산물이다. 그 ‘선출된 왕’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한 대통령 후보는 <광해>를 보고 그 인물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 역시 그 인물을 연민하며 다시는 그 인물을 떠나보낸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다짐한다. 여기서 가면 뒤의 민낯을 보려는 ‘왜?’라는 물음은 삭제된다.

역사에 실재하는 광해와 영화 속의 광해는 임진왜란 때 전장 일선에서 관군과 의군을 지휘하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던 세자의 모습을 세월이 갈수록 잃어가며 타락한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리고 지금 광해라는 가면으로 재소환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노동자들 옆에서 “피고인은 무죕니다”라고 통렬하게 외치던 노동 변호사로서의 모습을 잃고, “당신의 시대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렸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구속됐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됐고 그리고 가장 많은 노동자가 죽었습니다”(김진숙)라는 말로 대변되는 5년의 통치 기간을 보냈다. 관료를 제압하지 못해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했고, 가진 자의 가짐이 한국 법률뿐만 아니라 이제 미국 법률로도 보호받을 수 있게 만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했다.

그러니 사실 <광해>는 백성이나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중립과 균형의 외교를 추구하며,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신하 또는 관료를 제압하는 군왕 혹은 대통령은 이 땅에 부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단지 15일 동안 현시했다 홀연히 피안으로 사라지는 하선의 모습에서 그가 상상의 산물임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가면의 형태로 이미지화한 문화 텍스트 소비는 한국 정치와 닮았다. 텍스트에 대한 주체적 소비를 주저한 채 주변에 의해 강제된 소비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필수 행위처럼 작동하는 것이 천만 관객으로 가고 있는 영화 읽기의 현재 모습이다. 대통령 개인의 이미지에 정치적 열망을 위탁하고, 그 강제된 위탁의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 필수 행위가 되어버린 현재의 시국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리고 다음엔 위탁된 열망의 좌절이 낳은 냉소가 또 다시 도래할 수 있는 토대가 예비돼 있다. 그 토대 위에서 탄생한 대통령이 이제 임기를 넉달 남겨두고 있다.


*<한겨레21> '크로스 - 이 주의 트윗'에 실림.

*원용진 선생 글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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