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이번에도 시작은 느렸다. 무언가 새로운 환경이 나를 덮칠 때, 나는 그 환경에 즉자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마뜩지 않다 느낀다. 그건 아마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새로운 환경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내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으며, 내가 그것에 종속되지 않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사유해야할 것인가, 라는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을 때 그 환경을 선뜻 받아들이는 건 내게 별달리 의미가 없다. “시대의 조류이니 따르지 않을 수 있을테냐”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그러지 않을 수 있다”고 소리 높일 수 있는 까닭이다. 140자 이내로 내 사유를 오롯히 담을 수 있을까, 했던 것도 느린 시작의 이유였다. 내 사유가 그만큼 깊고 넓다는 게 아니라, 내 사유에 바탕한 ..
인터넷에 온갖 글이 난무하는 세상입니다.개중엔 남을 설득하기위해 지난하게 노력하는 글이 있는 반면,그런 노력보단 자신의 주장이 가진 당위성만 강조하는 ‘스트레스 해소성’ 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다음 블로그에서 화제가 된 글이 있었습니다.‘어느 연구사의 아내’라는 제목으로 농촌진흥청(농진청) 연구사 아내가 쓴 글이 누리꾼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켜 2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누군지 궁금증이 일어 수소문 끝에 대구에 사는 박미숙(38)씨와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습니다.박씨는 농진청 대구사과연구소 재배실에서 14년동안 일해온 6급 연구사(44)의 아내였습니다. 처음엔 인터뷰를 내내 조심스러워 했습니다.그냥 답답한 마음에 블로그에 글을 올린 것 뿐인데,아무 것도 모르는 당신이 괜히 아는 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