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하나고에 다닌다는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왔다. “한겨레 18년 독자인데 구독을 끊었다”고 했다. 입학 전형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서 남녀 성비를 고의로 맞춘 의혹을 공익 제보한 하나고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는 기사를 쓴 다음날이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저 교사가 왜 공익 제보자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리를 처음 제기했고 하나고도 이 사실을 인정했으니 단순 폭로자가 아닌 공익 제보자”라고 했더니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왜 공익 제보자냐”라고 되물었다.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는 관심없다”고 했더니 “이번 일로 내 딸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니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고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학부모들의 글도 공익 제보 교사에 대한 비난 일..
시리아 코바니 출신의 세 살배기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주검이 세계를 비통함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쿠르디는 2일 오후 터키의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엄마, 다섯 살 형과 함께 터키 해안을 떠나 유럽으로 가려다 배가 뒤집히면서 숨을 거뒀습니다. 감청색 반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마치 엎드려 잠이 든 것 같은 모습으로 숨진 쿠르디, 그리고 쿠르디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기록한 뒤 주검을 옮기는 터키 해안경비대원의 침통한 얼굴은 AP통신의 취재로 전세계 언론에 타전됐습니다. 도 3일 오전부터 누리집을 통해 사진과 함께 쿠르디의 사연을 실은 기사를 내보냈습니다.(▶관련 기사 : 파도에 밀려온 3살 시리아 난민 아이의 주검…전세계 ‘공분’ )세계는 이 한 장의 보도사진에 요동치고 있습니..
‘백화점 모녀’ 사건에서 분노는 대체로 모녀에게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가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라는 정체성은 마주한 서비스 노동자에게 화폐로 교환하는 제품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마음껏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권력이다. 소비는 소비자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화폐를 매개로 한 권력관계에서 서비스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거듭 확인해준다.그런데 일부에서 ‘부당함에 맞서 패기있게 저항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백화점 주차장 알바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갑질만 욕할 게 아니고 주체의 자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알바생이 소비자와 서비스 노동자 사이의 권력관계라는 구조에 무릎 꿇지 말고, 하나의 ..
김군이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은 IS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여성 혐오 역시 하나의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가정환경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고, 원활치 않았던 부모와의 관계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 밖에도 아직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18년의 삶 안에 녹아있다."내 나라와 가족들을 떠나고 싶다.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은 한국 땅에서 김군의 삶이 그만큼 원활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PC를 리부트하듯, 새로운 사회적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이 하필히면 타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테러 집단이었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IS만큼 그들..
얼마 전 올렸던 블로그 글 ‘샤를리 엡도 이후: 언론의 자유가 곧 비판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니다’나 각종 다른 글로만 간접적으로 샤를리 엡도를 접하는, 프랑스어를 한 줄도 읽지 못하는 나는 많은 이들이 샤를리 엡도를 일컬어 ‘모든 권위와 체제에 저항하기 때문에 좌파 잡지'라고 말하는 설명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과연 우리는 모든 권위에 저항해야 하고 모든 체제에 저항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권위와 체제에서 자유로운,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운 관계로 이뤄진 사회는 과연 가능한가. 권위는 권위주의와 동일한 개념인가.나는 일정한 권위는 체제를 돌리는 데 있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체제를 배제하자는 말은 어쩌면 그냥 차별을 하자는 말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체제없는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
‘갑질 모녀’에 무릎 꿇은 알바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틀린 이유를 쓰면서 부쩍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사례가 조기숙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의 인식 사이에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은 =>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그리고 굴뚝의 저항') 조 교수와의 대화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조 교수의 시선에서는 백화점 주차 알바 일이 ‘앞으로 기회가 많은 젊은이’가 희생할 수 있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반발하고 일을 때려치는 '즉자적 저항'으로 자존심을 지키라는 명령에는, ‘너는 그 정도의 일 따위를 할 아이가 아니다’라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알바생 1433명을 대상으로..
‘청순 글래머’는 한국 남성이 욕망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이다. 몸은 빵빵하고 얼굴은 예쁘되 남성을 압도하지 못하는 수동성을 지닌 여성. 그런 한국 사회에서 ‘당당하다’는 평을 호평으로 듣는 여성은 흔치 않다. 가수 이효리는 그런 흔치 않은 여성 중 하나다. 이효리는 섹시함과 당당함을 공유한 스타임에도 팬층의 지지는 젠더를 막론한다.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여성 역시 한국 사회에서 환대받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가 그렇듯, 여성 역시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 나서는 순간 배척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가수 이효리에게는 정치적 발언마저 트렌드로 만드는 힘이 있다. 채식을 하고 동물권을 외치는 이효리의 행동은 채식의 철학과 동물 보호의 정치 위에 세련된 스타일을 입힌다. 심지어 직접 기른 작물을 먹고사는..
서북청년단 재건위에 대관을 불허한 서울청소년수련관이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에는 정기총회를 대관해줬다며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이중잣대’라고 비판하고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할 일이라서 승인했냐”며 따졌다고 한다. 일베와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같은 주체들로 구성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비판 논리가 바로 이 ‘이중잣대’ 논리다. 시사인의 기사에서 묘사됐던 “자기들이 하는 박근혜 조롱은 풍자이고 우리가 하는 노무현 조롱은 패륜인가?”라고 묻는 질문들이 그 예다. 이 논리를 통해 ‘이중잣대’의 수혜자를 대척점에 두고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피해자 서사를 완성한다. 서북청년단 재건위가 지난 9월 서울광장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훼손을 시도하며 거리에 ..
칼럼니스트 곽정은이 방송에 함께 출연한 가수 장기하를 두고 “침대에서 어떨지 궁금해진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사람들은 이 발언이 명백한 성희롱 혹은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자가 남성이었고 대상이 여성이었다면 그 남성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것이라며 곽이 이에 응당하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평소 진보적인 관점을 견지해온 다수의 여성도 이 논점에 기대 비판에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일부에선 이 ‘다수의 여성’이 ‘명예 남성’의 지위에서 곽정은에 대한 비판에 합류한 것 아니냐고 역비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현상은 언뜻 보기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 사회가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여성에 대해 차별을 가하고 있다 하더라도, 인식..
국가 기관은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 개인이나 기업의 정보를 수색하고 범죄 혐의를 파악할 권리가 있다. 그 정보는 개인의 신상 정보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의 발언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의 모든 정보도 포함된다. 이 합의는 어떤 경우에도 무너질 수 없다. 개인과 자본은 이 합의에 의해 공공성을 획득한다. 물론 합의에는 몇 가지 전제가 개입된다. 국가 기관의 압수수색 근거는 사법 시스템에 의해 발부된 영장이다. 이 영장은 특히 개인의 정보를 수색할 때 가능한 ‘중대한 범죄’로 제한선을 두는 게 좋다.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때는 혐의 당사자에게 즉시 통보하고, 변호인도 현장에 입회시킨다. 압수수색의 범위도 ‘범죄 혐의와 연관된 정보’로 엄격히 제한해야겠다.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사찰 의혹에서 많은 이들이 ‘나의..
- Total
- Today
- Yesterday
- 살인
- 진보
- 월드컵
- 연쇄실종
- 하종강
- 남아공월드컵
- 쌍용차
- 범죄
- 트위터
-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 노동
- 좌파
- 폭력
- 관계
- 쌍용차 옥쇄파업
- 촛불
- 김진숙
- 한나라당
- 교육
- 진중권
- 죽음
- 표창원
- 연쇄살인
- 이명박
- 정치
- 화성
- 천안함
- 지방선거
- 욕망
- 신자유주의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