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알고 있었다. “엄마에게 나는 모든 것”이었다. 아빠는 언제나 집에 없었다. 아빠는 소년이 태어날 때부터 자주 집 밖을 겉돌았고, 5년 전부터는 아예 따로 살았다. 그럴수록 엄마는 소년에게 집착했다. 소년이 7살 때 엄마는 이미 소년을 ‘교육’하기 위해 매를 들었다. 오랜만에 집을 찾은 아빠가 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의아해하면서 씻겨주려 옷을 벗겼을 때, 소년의 종아리와 엉덩이에는 피멍이 맺혀 있었다. 소년은 “괜찮아, 아빠”라고, 담담하고도 짧게 말했다. 엄마는 “아이를 왜 때리느냐”고 묻는 아빠에게 “애는 매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사용한 폭력의 도구는 다양했다. 홍두깨로도 때리고, 야구 방망이로도 때리고, 골프채로도 때렸다. 그래도 소년은 자신이 엄마에게 “..
이재훈의 인앤아웃 no.27 "제가 감옥버스를 타려할 때 절 부르셨죠. 야첵! 이라고. 전 스물한 살이나 먹었는데 절 부르는 소리에 눈물이 났어요", "재판할 때도 여러 번 불렀지 않나", "그 전엔 들리지 않았어요. 그땐 모든 사람이 절 비난하고 있었으니까." 영화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에서 야첵은 별다른 까닭 없이 택시기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끝내 사형 당하고 만다. 어린 시절 여동생의 죽음으로 강한 트라우마를 안게 된 그는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킨 채 자기 안의 세계에서만 살았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 생긴 충격을 다시 받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방어적으로 온몸을 옹송그렸다. 하지만 내부로의 고립이 점점 깊어질수록 살아야할 이유는 점점 상실하게 됐다. 아무 잘못 없는 택시기사를 살해하고도, 야첵은 ..
이재훈의 인앤아웃 no.26 꽃다운 13세 소녀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빈집에서 성폭행당하고 무참히 살해됐다. 범죄의 잔혹성과 제대로 피어보지 못한 소녀에 대한 안타까움에 전국이 들끓었다. 피의자 김길태(33)씨는 10일 체포된 뒤 경찰에 압송되는 과정에서 1000여명의 시민에게 증오가 담긴 욕설을 들었다. 한 시민은 그의 뒤통수를 내려치기도 했다. 김씨의 DNA와 소녀의 시신에서 발견된 타액의 DNA가 일치한다는 점에서 그가 범인일 확률은 95% 이상이다. 경찰은 자백으로 남은 5%를 채우려 할 것이고, 죄의 확정은 증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법원의 몫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압송 과정에서 김씨의 얼굴이 공개된 것에 논란이 일었다. 20명의 노인과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40)도 200..
게임중독 부부와 아이살해 여성에게 떠맡긴 공동체 윤리의 비도덕성 게임에 빠져 태어난 지 석달된 딸을 집안에 방치해 굶어 죽게 한 부부가 수원 경찰에 구속됐다. 부부가 매일 하루 4~6시간 정도 즐긴 게임이 가상의 세계에서 소녀 캐릭터를 키우는 종류라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받아들여졌다. '게임중독'이 단박에 검색 키워드가 됐고, 부부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경찰은 "자기 자식이 우선이지, 내 자식은 굶고 있는데 인터넷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데 빠져 내 자식을 굶어 죽게 했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며 법적인 재단 외에 '일반적'이라고 받아들여지는 도덕적 비난에 가세했다. 하지만 내겐 '게임중독'과 '친딸을 저버리고 키운 가상의 딸'이란 키워드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숨진..
이재훈의 인앤아웃 no.10 길로 폰테코르보 감독의 영화 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알제리의 민족해방전쟁을 그리고 있다. 네이팜탄 폭격에 의해 무고한 민간인이던 친인척을 잃어야했고 자기 삶의 터전에서 프랑스인들에게 "더러운 아랍놈"이란 말을 듣고 살아야했던 알제리인들은, 시대의 야만과 무너진 자존감에 대한 분노를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에 대한 지지로 해소한다. FNL은 저항의 첫 수단으로 테러를 선택한다. 이에 프랑스는 1957년 공수부대를 투입해 알제리인 거주지역을 게토로 만들고 무차별로 거주민을 검거한 뒤 고문이란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해 FNL 조직을 붕괴시킨다. 그러나 민중은 사라진 FNL의 저항정신을 잊지 않았다. 3년 뒤의 민중 봉기와 그에 따른 2년 뒤의 독립 쟁취는 그 저항정..
관계가 진정성을 가질 때 언어는 한없이 무거워진다 ※스포일러 많습니다. 매일 아침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왼손은 턱에 괴고 오른손은 클릭질하는 자세로 심드렁하게 창을 연다. 정치뉴스엔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고 곧 신경줄을 놓는다. 대체로 분노할 힘도 없이 썩소만 짓게 되기 때문이다. 경제뉴스에선 잘 알지도 못하는 숫자 놀음에 수십조 원이 요동친다. 클릭하면 그저 스스로가 얼마나 비경제적인, 그래서 2009년 대한민국 사회에선 얼마나 무식하기 짝이 없는 동물로 규정되는지 확인하는 거울 같아 슬쩍 외면한다. 물론 냉소와 외면만 있는 건 아니다. 각종 연예 뉴스에 검지가 빠르게 경련하기도 한다. 이런 뉴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람들의 클릭질을 ‘낚기만’ 원할 뿐이야, 혹은 ‘…’로 끝맺..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기다 그는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할머니와 둘이 산다. 할머니는 대화의 상대라기 보단 의식주의 의존대상일 뿐이다. 주로 게임을 하고 공포물을 보며 불에 타 죽는 꿈을 꾼다고 했다. 게임, 즉 가상의 공간은 그가 유일하게 자신감을 갖고 타인과 소통하는 창이다. 공포물은 관계 맺기에 미숙한 그가 꿈꾸는 상상 속 인간관계의 틀이다. 삶에서 우리는 늘 주변인들로부터 긍정적인 면은 인정을 받고 부정적인 면은 자극을 받으며 진로를 조정해나간다. 하지만 그는 실재적인 관계를 맺는데 서툴다. 친구가 없다. 공포물은 그런 그가 관계를 맘대로 조종하고 통제하며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전기톱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영화 장면을 반복적으로 반추하며 떠올리는 그의 상상은, 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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