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 때 나는 경북 구미에 사흘 동안 머물며 20대와 30대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 5명은 모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부분 생산직이었으며 중소 공장에서 일했다. 구미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80.3%나 됐지만, 당시 인터뷰이 5명 가운데 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이는 1명뿐이었다. 그 1명마저 파업을 ‘노조 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일요일만큼은 쉬게 해달라’는 말을 사회에 던지고 싶지만,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진보정당은 그들과 접점이 없거나, 아예 없는 존재였다. 진보정당을 알고 있는 20대도 “그들은 노동권 문제를 개선할 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들은 정치에 무감한 듯했으나, 적어도 정..
이 주의 트윗 @uhmkiho: 자주파에게 민주주의란 자신들의 패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의 패권에 해가 되는 민주주의에 대해 그들은 서구식 부르주아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20년전에도 10년전에도 4년전에도 그리고 올해도. 권력이 가하는 억압은 저항을 부르지만, 종국에 타락을 야기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진보 진영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의 권력 집착형 부정 투표 파문은 억압에 대한 저항과 타락이 암적으로 착종된 결과물이다. 그 타락은 그들이 오랫동안 저항하는 과정에서 처해온 생존 환경에서 체득한 문화적 산물이자 생계형 특질이다.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으로 상징되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그들을 낳은 자주파는 한국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제되어야..
이숙정 민주노동당 성남시의원이 성남 판교주민센터 비정규직 직원을 폭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설 연휴 첫날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던 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 의원은 주민센터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신발과 서류뭉치를 던졌고, 직원의 머리채를 잡으려 하는 등의 폭행을 저질렀다. 뉴스 동영상에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은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 보호해야 할 대상을 향해 되레 위계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가 경직됐던 건, 이 의원이 저지른 폭력에 이 의원이 부여받은 제도적 권력, 그리고 이 의원 개인의 권위의식이 겹겹이 착종돼 있기에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소식은 더 참담했다. 이 의원은 주민센터에서 보내..
메트로신문에서 1년 남짓 글 쓰며 대중과 지근거리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허섭한 글 실력으로 '인앤아웃'이란 칼럼을 쓰고, 그 글에 호응하는 대중과 멀리서나마 글에 대한 글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유하고 고민했다. 그런 점에서 '인앤아웃'은 나만의 글이 아니라, 공동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인앤아웃'을 쓸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과 메트로신문을 거쳐, 이제 한겨레신문이라는 세 번째 일터에서 일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막연하게 꿈꿨던 곳이고, 같은 공간의 경쟁사에서 일하던 시절엔 막역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쩍 비판적 눈길로 바라보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그 조직을 바꾸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 따위의 말을 던지진 않..
이재훈의 인앤아웃 no.42 방송인 김미화(46)씨가 'KBS 블랙리스트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씨는 트위터를 통해 '출연금지 인물 리스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 물었지만, KBS는 물음에 답하지 않고 물음 자체가 명예훼손이라며 그를 고소했다. 국내 최대 방송사가 뭐가 그리 자신이 없어 하루도 지체없이 법의 힘에 기대겠다며 엄살을 떨었을까. 평소 대중의 신뢰를 자신하는 조직이라면 법에 호소할 이유가 있었을까.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떴다. "김씨는 흔히 말하는 공인이다.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파장을 일으킬 것이 뻔한 발언을 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정치 일선에 뛰어들어라"고 했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김씨의 발언이 한나라당에 의해 정치적으로 포장된 셈이다. 결국 이들의 시선을 통해..
채 꽃펴보지 못한 젊음들이 의무와 법의 강제란 이름으로 집총했다가 차가운 물속에서 하나 둘 스러져 갔다. 익히 예상은 했지만 사고 이후 한동안 뿌옇게 부유했던 죽음은 함미가 인양되고 주검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더 이상 부인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실체가 되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죽어야 했던가. 그 물음에 대답해야할, 그들을 차출했던 국가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런 와중에 침몰 사고의 원인과 정부의 대처에 대한 온갖 의혹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보수 신문은 사건 초반부터 별다른 근거도 없이 북한 공격설을 제기하며 안보를 상업화하는데 여념이 없다. 익히 예상했던 대로다. 반면 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안보 상업주의의 대척점에서 북한 연계설의 여론 확장을 막는 안티로서의 존재감..
이재훈의 인앤아웃 no.16 올해 총학 선거는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구분이 한층 더 흐릿해졌다. 어느 쪽이나 내놓은 공약은 등록금 문제와 학생 복지가 주를 이뤘다. 운동권이든 비권이든 '정치적' 구호를 내세우길 꺼렸다. 그들에게 좌와 우 혹은 민족해방(NL)과 민중민주(PD) 식의 진영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보였다.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해야하거나, 기업이 요구하는 각종 스펙 쌓기에 허덕이는 그들에게 거시적인 정치 담론에 대한 사유는 사치인 것 같았다. 대신 거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생존하는 법에 대한 생활 속 고민들의 교류가 그들의 공약에 하나씩 묻어 있었다.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선본을 어떻게 꾸리느냐고 물었더니, 답이 살짝 당황스러웠다. 진영이 비슷한 학생회 집행부들을 규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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