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령처럼 도는 글이 있다. 제목은 ‘갓물주의 하루’. ‘갓물주’는 ‘신(god)’과 ‘건물주’의 합성어다. 올해 1월 발간된 한 경제 잡지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마포구에 3채의 빌딩, 강남구와 제주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이 갓물주는 임대 수익으로 월 17억원을 번다. 아침 식사를 한 뒤 골프 레슨을 받고, 특급 호텔로 가서 사우나와 점심 식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와 건물 관리자에게 자산 관련 보고를 받고 휴식하는 게 그의 일과다. 주 1회 백화점에서 부인과 쇼핑을 하고, 분기별 1회 이상 외국 여행도 다닌다. 자본이 끊임없이 자본을 불리는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분노할까. 아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커뮤니티나 보수를 외치는 커뮤니티나 반응은 같다. “‘조..
‘신경숙 표절 사건’은 ‘신경숙’이라는 유명 작가가 표절했다는 사실만큼이나 신경숙이라는 ‘유명 작가’를 옹호하기 위해 작동하는 출판계의 문학 권력이 파문을 일으켰다. 여러 비판자들이 이 사건에서 문학 권력의 구조적 개입이 끼친 악영향을 성토했다. 그런데 파문이 잠잠해지자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한 여론이 “여론재판이라는 ‘광풍’의 성격을 띠었”으며 “신경숙은 혐의에 비해 과도한 징벌을 받았”다는 반론이 나왔다. “‘전설’의 표절 혐의 자체도 문학적 논의에 부쳐져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비판자들을 비판하는 글도 나왔다. 비판자들을 두고 “스스로 뭘 해보겠다는 강력한 신생(新生)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는 글이었다. 메르스 파동이 한창일 때도 비슷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상대였던 고승덕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다. 이 형이 확정되면 그는 교육감 직을 잃게 된다. 그는 지난해 5월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트위터 한 마디가 근거의 전부였다. 선거를 열흘 앞둔 당시 조 후보는 고 후보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뒤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상황 반전을 노린 무리수였다. (▶참고 : 조희연 교육감 벌금형…2014년 5월에 무슨 일이?) 판결 이후 진보를 자처하는 이들이 여러가지 반응을 내놨다. “있을법한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가 죄가 될 순 없다”거나 “한국 민주주의가 사법 ..
죽음을 앞둔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은 기자. 어떤 억울함에 대한 증명으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그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선택한 기자라면 평소에 그 기자는 취재원과 상당한 신뢰 관계를 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 억울함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말이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인터뷰한 경향신문 이기수 기자는 그런 분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훌륭한 기자를 두었고, 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중요한 인터뷰를 했으며, 이를 잘 벼려서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50분 동안의 인터뷰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을 하나씩 꺼내 보도했고, 사실관계를 단계적으로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이완구 총리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성완종 리스트' 거론 인사들의 거짓말과 비윤리성이 더 명징하게 부각됐다. 한꺼번에 전문을 공..
KBS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파벨라에 박권일, 김민하가 관련 글을 썼다. 박권일은 ‘’일베기자‘ 관련 메모: 일베스럽지 않게 일베와 싸워야할 의무’에서 “우리는 ‘일베’라는 정체성이 아니라, 일베에서 쓴 글의 내용, 즉 ‘구체적 행위를 문제삼아야 한다”며 “여론을 업고 일베 기자를 싹둑 잘라내면 속은 시원할 테지만 그 잠깐의 속시원함 외에 남는 게 별로 없다. 이 사건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사회적 차별발언의 범위를 논의해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하는 ’KBS 일베 기자에 대한 생각‘에서 “KBS 내의 모든 구성원들에 대한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차별금지교육을 상시적으로 시행하고, 차별금지교육의 성과를 인사평가에 반영해 공영방송의 공공성을 조금이라도 해치면 ..
우리는 사건을 둘러싼 구조를 살피자는 제의를 ‘촌스럽다’고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이 강렬할수록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가해자에게 격분한다. 격분은 문제의 책임을 가해자에게 집중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건을 낳은 구조의 문제는 성찰하지 않는다. 구조의 문제는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는 즉자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건의 끔찍함은 피해자만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한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안긴다. 때로는 자신을 피해자의 지위에 대입해 같은 피해 상황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이 고통받는 이유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다. 언론인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파리의 테러는 한국에 실시간 뉴스로 전달됐다. 무엇보다 언론사에 침투해 한 명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