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선생 글에 대한 이 트윗을 보고 몇 분이 '웃을 일만은 아니다'라거나 심지어 '니가 감히 장정일을 냉소하냐'란 반응을 보이시는데.. 나는 장 선생의 판단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장 선생은 ''적대적 공생관계'라니?' 와 '진보의 '가면'' 에서 지속적으로 '탈이데올로기적 좌파'를 대상으로 비판의 날을 세운다. 이 비판 논거는 대단히 폭력적인데, 그가 말하는 '좌파'가 '탈'하는 '이데올로기' 대상은 이 글만 그대로 해석하자면 '스탈린주의 or 자본주의'라는 이분법적 대상일 뿐이다. 이데올로기가 과연 그 두 개의 '숭고한' 선택지 뿐인가. 게다가 장 선생은 줄기차게 혁명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혁명은 수단 아닌가. 어떤 혁명, 그리고 어떤 ..
1년 전 이맘 때 나는 경북 구미에 사흘 동안 머물며 20대와 30대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 5명은 모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부분 생산직이었으며 중소 공장에서 일했다. 구미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80.3%나 됐지만, 당시 인터뷰이 5명 가운데 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이는 1명뿐이었다. 그 1명마저 파업을 ‘노조 이기주의’로 보는 시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일요일만큼은 쉬게 해달라’는 말을 사회에 던지고 싶지만, 주변에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토대가 없다. 진보정당은 그들과 접점이 없거나, 아예 없는 존재였다. 진보정당을 알고 있는 20대도 “그들은 노동권 문제를 개선할 힘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들은 정치에 무감한 듯했으나, 적어도 정..
이숙정 민주노동당 성남시의원이 성남 판교주민센터 비정규직 직원을 폭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설 연휴 첫날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던 나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 의원은 주민센터 직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신발과 서류뭉치를 던졌고, 직원의 머리채를 잡으려 하는 등의 폭행을 저질렀다. 뉴스 동영상에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은 권력이, 자신의 권력을 활용해 보호해야 할 대상을 향해 되레 위계적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가 경직됐던 건, 이 의원이 저지른 폭력에 이 의원이 부여받은 제도적 권력, 그리고 이 의원 개인의 권위의식이 겹겹이 착종돼 있기에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소식은 더 참담했다. 이 의원은 주민센터에서 보내..
남북의 분단은 역시나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등장할 때마다 많은 이슈들을 초토화하고, 오로지 그 논란에만 눈길을 집중시킨다. 이번에는 북한의 3대 세습체제 구축에 대한 비판 여부를 두고 '진보 진영'이 둘로 갈려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휴전선 위에 있는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말들의 성찬이 당면한 주변 민중의 삶과는 상당 부분 괴리돼 있다는 점, 그리고 그 말들의 성찬이 한쪽의 비상식적인 신실성과 다른 쪽이 그에 대해 내뱉는 '극도의 부정' 혹은 비아냥으로 점철돼 있다는 점에서 논쟁은 상당히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착적 언어와 배제적 언어만 난무할 뿐, 이 논쟁이 도대체 왜 이렇게 뜨거운 감자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회의는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다지'라고 단서를 단 건..
이재훈의 인앤아웃 no.28 지난해 10월부터 지하철과 보행로 곳곳엔 '우측통행' 게시글이 붙어있다. 국가는 '보행속도 증가'와 '심리적 부담 감소', '보행자 안전'과 '글로벌 보행문화 정착' 등을 시행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나가보면 우측보행을 엄숙히 따르며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들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좌측보행이 왜 우측보행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마저 그다지 없다. 왜 그럴까. 국가가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따라야만 전체가 발전할 것 같던 때가 있었다. 긴 머리를 자르라면 잘라야했고,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면 입지 않아야했다. 긴 머리와 미니스커트가 왜 국가 발전에 방해가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력한 국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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