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는 초록 풍선을 거머쥔 손을 꼬물거렸다. 세상에 난 지 28개월됐다. 막 ‘아빠’란 말을 조그만 입으로 오물거릴 때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 보고 싶어”라고 또박또박 발음했다. 20여 일째 아빠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철조망과 폐 트레일러로 가로막힌 공장 밖에서 풍선을 띄웠다. 아빠는 하늘을 볼 여유가 있었을까. 그 시각 아빠 박일규(40)씨는 온갖 살인무기가 오가는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 현장에 서 있었다. “전기가 끊겨 충전이 어려운지 짧게 통화했어요. 위험하니 아기 데리고 집에 가라더군요. 더 위험하면서…” 엄마 김향금(27)씨는 메마른 날숨을 길게 내뱉었다. 아무도 그를 달랠 수 없었다. 악다구니가 벌어졌다. 사측 직원들과 진압을 위해 고용한 용역들이 ‘정상조업’이라 적힌 주홍 완장을 차고 ..
노동, 인간의 물적토대와 관계 터
2009. 8. 7.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