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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10년 12월21일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는 자신의 모든 밑천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지난 18일 예정돼 있던 무상급식 관련 TV 토론을 12시간 정도 앞두고 배옥병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이 토론 상대라서 출연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만이다. (사실 특정인의 출연을 전제로 그가 토론을 거부한 건 세 번째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토론의 사회를 본다고 거절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에 출연한다고 거절하기도 했다.) 그는 이틀 동안 3억8000여만원의 서울시 세금을 들여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다. 오늘은 그의 행위의 배경이나 목적, 그리고 무상급식을 둔 전반적인 철학의 차이에 대한 사유같은 건 저리 던지고, 그가 주장한 의견 광고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한 번 따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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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1일치 1면 하단에는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라는 제목과 함께, 어린 아이가 식판으로 몸의 일부만 가린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사진이 실렸다. 그 옆엔 '학교보건시설 개선.확충 전액삭감', '과학실험실 현대화 전액삭감', '영어전용교실 전액삭감', '좋은학교만들기 지원 전액삭감',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부분 삭감', '저소득층 자녀학비지원 부분삭감', '교실증축 등 시설개선비 부분삭감', '학교급식기구 교체.확충 부분삭감' 등의 항목을 제시한 뒤 '128만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누릴 기회를 빼앗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썼다.

먼저 마지막 부분부터 보자면, 오 시장은 학교 안전에 대해 거론할 자격이 없다. 서울시는 학교 안전에 필요한 학교 울타리 사업 예산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니, 지금 서울시교육청과의 논쟁 구도를 보면 사실상 예산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하지만 사업의 적절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지난 10년 동안 학교 공원화 사업으로 학교 담장을 무너뜨렸던 주체는 바로 서울시였다. 누가 다시 학교 울타리를 만들어야 하는가. (참고 기사)

다음은 세부적인 광고 문구로 들어가, '저소득층 급식비 지원 부분 삭감'에 대해 알아보자. 서울시는 저소득층 급식비에 대해 "무상급식으로 저소득층 급식비 100억원이 삭감됐다. 법적 근거 미비와 지원 확정되지 않은 사유로 예산 편성을 한 것은 무책임한 교육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내년도 초등학교 6개 학년에 필요한 무상급식 예산은 거칠게 잡아 2324억원 정도 소요된다. 서울교육청은 애초 이 예산의 절반인 1162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고, 자치구 예산과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초등학교 전체 학년 무상급식을 하려 했다. 전면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급식비를 포함한 예산이니, 굳이 따로 편성할 필요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전제이고, 만약 서울시가 지원을 거부하면 1162억원으로 3개 학년, 지자체 지원으로 추가 1개 학년 정도의 전면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계산이다. 그런데, 만약 서울시가 지원을 거부했을때, 나머지 2개 학년의 저소득층 무상급식비는 어찌될 것인가,가 관건이 된다.

이는 1162억원의 비밀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가 지원을 거부해, 내년도 4개 학년 정도의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서울교육청은 일단 저학년인 1~4학년 전면 무상급식을 하려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의 현재 초등학교 학생 분포를 보면, 초등학교 1~3학년이 4~6학년보다 숫자가 적다. 1162억원은 전체 학년 무상급식을 전제로, 절반의 예산을 짜놓은 것이기 때문에, 학년별로 절반을 자르면, 1162억원에서 111억원 정도의 예산이 남게 된다. 6개 학년의 저소득층 무상급식 비용은 100억원 정도이고, 게다가 지원 대상은 2개 학년 정도일 뿐이기 때문에, 100억원에서 예산은 훨씬 더 줄어들게 된다. 결국 이 예산이 삭감됐다고 주장하는 서울시는, 자신들이 전면 무상급식을 거부하면서 생긴 공백을 되레 서울교육청에 덮어씌우는 자가당착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다음은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사업 부분삭감'이다. 서울시는 "서울교육청의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사업 예산이 올해 778억원에서 내년엔 35억원이 삭감된 743.5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부터 중학교 학생들의 학교 운영지원비를 무상 지원하고, 특성화고(예전 실업계고) 학생들에 대한 교육비 역시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에선 중학교와 특성화고의 저소득층 학생들만 이 비용을 지원했기 때문에, 여기에 필요한 예산 245억원이 '저소득층자녀 학비지원사업'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중학교와 특성화고 학생 전체를 무상교육하는 예산이기 때문에, 예산은 분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소득층자녀학비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533억원에서 내년도 743억원으로 190억원이 증가한 것이 실질적인 예산안이다. 서울시가 결국 명목 예산과 실질 예산의 차이에 대해 구분도 제대로 못한 셈이다.

가장 실소가 터졌던 건, 바로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 지원사업'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에서 이 항목이 '0원'으로 기재돼, 올해 예산 233억원이 전액 삭감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예산안을 보는 방법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이들의 시각이다. 서울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책정에서 좋은학교만들기 자원학교 지원사업은 교육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과 함께 '교육복지특별지원사업'으로 통합했다. 그래서 애초 두 사업으로 나뉘어 있을 때 각각 105억원과 233억원이 들던 것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모두 43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보다 93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교육청이 이에 대한 반박자료를 내놓은 다음에도, 여전히 "예산안을 보면 분명히 0원이라고 되어 있다"도 재반박 자료를 냈다. 견강부회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학교급식기구교체 및 확충 부분 삭감' 역시 또 다른 견강부회의 한 예다. 서울시는 "학교급식기구교체 및 확충사업' 예산이 올해보다 14억원 삭감돼 135.9억원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의 예산안을 보면, '학교급식기구교체 및 확충사업'은 '학교급식 기구확충 및 시설 예산'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의 일부분임을 알 수 있다. 앞의 일부분 예산은 14억원이 삭감됐을지 몰라도, 큰 카테고리의 예산은 2억원이 늘어난 541억원이다.

결국 주요 예산 항목에 대한 서울시의 의견 광고는 대부분 보고싶은 것만 본 것이거나 허위 사실을 게재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서해 뱃길 사업도 2000억원 가량 든다. 그게 무상급식 1년 예산이다. 그러나 (서해 뱃길은) 부가가치를 낸다. 길게 설명 안하겠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얼마나 많은 황금알을 서울에 내놓을 것인지 그때 가면 알게 될 것이다. 부자집 아이들 무상급식 할 돈 2년만 절약하면 (서울에) 랜드마크 하나 짓는다. 그것은 서울의 미래와 도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을 보는 눈의 차이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이 간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저런 이전투구의 뒤안길에서 오 시장을 향해 욕 한 번 내뱉을 여유도 없이 퍽퍽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현재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나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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