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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일요일 오전만 되면 나와 남동생을 데리고 목욕탕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불 속에서 TV 에니메이션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과 ‘태양소년 에스테반’을 봐야한다고 몽니를 부렸고, 기어이 그것들을 모두 보고난 뒤에야 목욕 가방을 들었다. 이 에니메이션들이 내게 방랑의 꿈을 키웠고, 그 꿈의 목적지를 실재로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방랑의 꿈은 아주 미욱하게 이뤘을지 모르나, 목적지는 아직 가닿지 못했다.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의 그 생각들과 그 몽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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