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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등록금 총액 14조원(2009년)에서 대학과 정부가 지급하는 장학금 2~3조원을 뺀 나머지 금액의 절반인 6~7조원의 재원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도, 대학이 계속 등록금을 올리면 국민 세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반복된다. 학벌·학력 중심 채용이 엄존하는 한 고등학교 졸업생의 79%(2010년)가 대학에 가는 ‘비정상’적인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반값 등록금’ 촉구는 ‘등록금을 깎으라’는 목소리를 넘어 대학 교육의 공공화에 대한 요구를 함께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촉구 촛불집회에서도 “반값등록금 실현하라”라는 구호만큼이나 “사립대를 국유화하라”, “국공립대 법인화 철폐하라”, “무상교육 실시하라”, “무한경쟁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가 함께 쏟아졌다.

 

 

 ① 부실사학에 아까운 국고를?

 

 2010년 현재 4년제 대학 179곳 가운데 사립대는 152곳으로 전체의 84.9%에 이른다. 전문대는 145곳 가운데 136곳(93.8%)이 사립대다. 사립대 비율이 기형적으로 높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대학을 늘려 무한경쟁을 시키겠다며 학교 건물과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을 세울 수 있도록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하면서 사립대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이 때문에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반값 등록금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하위 30% 부실 대학의 재정을 메우는 쌈짓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적립금을 10조원가량 쌓아두고 건물 짓기에 열을 올리는 사립대에 왜 등록금을 국고로 지원하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고로 등록금을 지원하면서, 부실 사립대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부실 사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 직업 전문 등으로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는 국공립대로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생 수가 많을 뿐 인구에 견줘 대학 개수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많은 게 아닌데다, 대부분의 부실 사학이 지방에 있어 부실 사학이 사라지면 고등교육에서 소외되는 지방이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학 법인이 수익용 재산 수익금을 한 푼도 내놓지 않아 등록금 의존율이 80~90%에 이르는 부실 사학들은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 입학생이 줄면서 자연스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우정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사립대에 국고를 지원해주는 조처는 단기적으로만 필요할 뿐, 장기적으로는 부실 사학을 편입하고 정원을 늘린 국공립대에 국고 지원을 집중시켜야 하고, 사립대의 경우는 국공립대가 포괄하지 못하는 특성화 교육을 할 때만 지원하고 따르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국공립대 80%, 사립대 20% 비율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학)는 “전체 대학 적립금이 10조원 규모라고 해도, 절반 이상은 상위 30개 대학이 쌓아두고 있는 것이므로 적립금 상한제를 도입해 무분별한 적립금 부풀리기를 제한해야 한다”며 “적립금 축적 명목에서도 연구, 장학금 증액, 감가상각 보전 등의 목적을 뺀 다른 명의의 적립금은 축적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소득수준별 맞춤형 혜택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등록금넷 등이 구상하는 ‘반값 등록금’은 고등교육 교부금 형태로 대학에 국고를 직접 지원하면서 일괄적으로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사학에 대한 정부 통제권을 회복하자는 방안이다. 소득 수준별로 차등 지원되지 않고, 최상위 고소득층 학생들도 줄어든 등록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반값 등록금’도 감당하기 버거운 저소득층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되고, 양극화 등 격차 완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다.

 
더 나아가 소득 수준별 ‘맞춤형 등록금’이 일괄적인 ‘반값 등록금’보다 우선 도입돼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다. 소득 최하위 10% 계층은 등록금 전액 면제, 하위 11~30%는 4분의 1 등록금, 하위 31~60%는 반값 등록금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사립대보다 국공립대 등록금부터 우선 100만원 이하로 줄여 이를 국공립대 비율을 확대하는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홍원표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정책연구원은 “일괄적인 반값 등록금 정책보다는 소득 계층별 맞춤형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 2009년 기준으로 3조2000억원가량의 비용이 드는데, 이 재원은 300대 기업 법인세에 15%의 부가세를 부여하는 고등교육세 신설로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홍 연구원은 “국공립대 등록금을 100만원 수준으로 만들려면, 2010년 현재 30만명인 국공립대 재학생 기준으로 1조320억원가량의 재원이 드는데, 이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 지원으로 가능한 수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득 수준별 등록금이 중간 소득 계층의 등록금 고통을 완화하기에 다소 미흡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국 전체 가구의 50%가 한해 동안 가족들이 번 소득의 5분의 1 이상을, 90%가 10분의 1 이상을 자녀 한명의 대학 등록금에만 써야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국가는 등록금 비중이 1인당 국민소득의 10분의 1 이하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에서 등록금은 90% 가구의 문제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하고, 고소득층은 누진세로 세금을 더 걷어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혜택은 복지로 받는’ 시스템을 갖춰가야 한다”며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은 전면 면제나 장학금 보전 등으로 추가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③ 학벌사회 타파가 근본처방?

 

 2010년 기준으로 고등학교 졸업생의 79%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재수생까지 합치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대학 교육을 사실상 보통교육 단계로 보고, ‘반값 등록금’ 정책을 전 계층에 일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하지만 ‘학력 과잉 사회’라는 지적을 피해가지 말고, 학벌사회 타파로 대학을 나오지 않은 20%도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서 노동 시장에서 학력·학벌에 따른 임금 격차도 함께 줄여가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학력과 학벌에 따른 채용과 임금 수준에서의 차별 금지법을 마련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부터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쓸 만한 직장이 제한돼 있고 그 직장에 가는 조건이 학벌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에 대한 무한 수요가 존재하고, 대학의 등록금 독점도 생긴다”며 “이 격차부터 줄이는 것이 등록금 인상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도 “80%가 대학에 가는 사회는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노동 시장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대학 체제도 일부 대학은 노동 시장에 맞는 직업 교육을 하고, 일부 종합대학은 학문을 하는 식으로 원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게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력 과잉 사회’ 타파가 근본적인 대책인 것은 맞지만,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학력 과잉 사회’ 타파와 ‘반값 등록금’ 정책 가운데 어떤 것만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손우정 상임연구위원은 “한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 동기는 학문적 필요가 아니라 임금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 맞지만, 대학 진학률 축소 자체가 목표가 되기보다는 대학 진학률에 부합하는 산업과 노동, 임금체계를 혁신하는 방향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교육학)는 “학력 과잉 문제는 해소해야 하지만, 등록금 문제는 눈앞의 현실”이라며 “학력 수준별 임금 격차와 과잉 등록금 가운데 어떤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국공립대와 사립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반값 등록금’보다 국공립대는 국가의 직접 지원으로 ‘반값 등록금’을 만들고, 운영 체계가 투명하지 못한 사립대는 대학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형태로 분리하는 대안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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