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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오늘 서울 도봉갑 지역구에 출마한 인재근을 공개 지지했다고 한다.


출처 : 인재근 트위터 @JGT_for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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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인재근과 함께 새 도봉 열리길” 지지글

 

조국과 문재인도 인재근을 공개 지지했다고 하지만, 역시 가장 파급력이 높은 건 안철수였다. 이런 점은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와 1대1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더 높게 나온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안철수는 기존 정치인에 대해 강력한 불신 정서를 품고 있는 탈정치적 주체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탈정치적 주체들은 현재의 대의 정치 구도 그 너머를 상상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기존 정치에서 이탈해 있지만, 여전히 현실 정치에 대해 눈길을 주고 그를 통한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탈정치적 주체들은 안철수를 탈정치적인 인물의 상징으로 대상화하고 있다. 그래서 탈정치적 주체들이 현실 정치에 대해 관심의 눈길을 주는 모순만큼이나 안철수 역시 ‘탈정치적 정치인’이라는 모순적 호명 위에 서 있다. 정치에 거리를 두면서도, 중요할 때 정치 외곽을 툭 건드리는 식의 행보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 전 박근혜가 주로 누렸던 지위도 다소 중첩돼 있다. ‘비정치성 코스프레를 통한 정치적’ 행보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안철수의 인재근 지지 발언은 그의 이런 ‘비정치성 코스프레를 통한 정치적’ 행보와 일맥상통한다. 인재근은 분명 ‘김근태의 부인’으로만 불리기에 아까울 만큼 김근태와는 개별적으로 훌륭한 민주화 투사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인재근이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인 인재근’이 아니라 ‘김근태의 부인’이란 호명으로 민주통합당의 공천을 받았고,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인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미심장하다. 김근태가 생전 참여정부와 민주당 안에서 치열하게 투쟁할 때 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투쟁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현실적’이라고 배제했고, 심지어 ‘몽니’라고 매도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뒤 그때 그 사람들은 특유의 ‘애도정서’를 발휘하며 김근태를 칭송하고 뒤늦게 그의 존재 의미를 재정립했다.

 

왜 그랬을까. 그때 그 ‘다수의 사람들’은 투사를 바라보는 불편함이 싫었다. 그리고 그 투사가 세상에서 사라지자 그를 애도하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비정치성 혹은 탈정치성을 위무하고 안도한다. 이 애도의 법칙에 숨겨진 것도 역시 ‘비정치성 코스프레’다. 안철수의 인재근 지지는 그런 ‘비정치성 코스프레’를 앞장 서 승인해주는 서사다. 그리고 다수의 사람들은 감동의 정서로 안철수를 칭송하거나 지지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서서히 대선을 향한 정치적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첫 ‘선택지’가 어디 있었겠는가.


*지지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즉자적으로 올렸던 글을 문장만 고쳐 재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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