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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18일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자, 관련 기사의 조회 수는 평소 온라인 톱기사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아마 대부분은 이번 판결로 자신의 임금이 어떻게 변했는지, 얼마나 더 받을 수 있을지 계산해보기 위해 클릭했을 것이다. 온라인 데스크는 그런 바람을 받아 재빠르게 임금 변화 예측 기사를 잘 보이는 위치에 배치했다.

 

정작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이 자본과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정무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판단을 소급 적용하는 것에 대해 “기업으로선 예상치 못한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고 기업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되므로 신의칙상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법원과 판사의 자기존립 근거를 흔드는 논리였다. 근로기준법은 기본적으로 강행법규이다. 당사자의 의사 여부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라는 말이다. 그런 법규를 ‘기업의 사정’ 때문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법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본친화적으로 작동해왔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되고 말았다.

 

판결 내용조차 오락가락했다. 한국경제는 관련 기사에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다만, ‘정기상여금’에 있어서, 노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신뢰하여 이를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토대로 임금총액 및 다른 근로 조건을 정한 경우에,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날 판결의 핵심이다”라고 해석하고, ‘통상임금 판결, 재계 판정승’이란 제목을 달기도 했다. 소급 적용이 안 된다는 판결이 있었음에도 1면 톱 부제목으로 ‘3년 소급 땐 기업 부담 38조’를 달아놓은 중앙일보는 차라리 멍청한 충성으로 봐줄 수 있을 정도다. 



 

판결은 기업이 이리저리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도 열어놨다. 기업이 앞으로 정기상여금을 주지 않고 1980년대처럼 명절 상여금을 대폭 주거나, 성과 상여금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면, 노동자는 상당히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늘 틀리지 않듯, 이런 생각은 글로 쓴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정말 현실화하고 있다. (12월 20일 추가) 


"대법원 판결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계는 소모적 소송 제기를 지금부터라도 멈추고, 성과·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과 임금교섭의 선진화에 상생의 자세로 적극 참여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제 기업에 성과급 체제 전환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칠 것이다. 자본은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노동자들을 꼬드겨, 노동자들의 등급을 나누고 서열화할 것이다. 그런 결과는 아마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이전과 비슷한 임금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이전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효율화'로 변질될 것이다. 

 

그런 모순들이 저 사진 속 갑을오토텍 노동자의 표정에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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