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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종 이준엽 에게.
요즘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병치레를 하다보니 운동을 하지 못해서 몸이 무거웠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자전거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면, 조금은 덜 피로하게 일주일을 버텨낼 근육이 붙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맨날 의자에 걸터앉아 글줄이나 끄적대고 있는 내게 참으로 소중한 가욋일이다.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엉덩이와 허벅지, 무릎에 한껏 힘을 주고 패달을 밟아도 우리가 함께 대구 단산지 둘레길-지금 생각하면 그 길은 정말 훌륭한 둘레길이 아니었나 싶다-을 돌던, 파계사로 넘어가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던, 그때와 같은 속도로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는다. 한강은 한없는 평지길인데도 말이다. 나 어릴 때 쓰던 자전거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전거보다 나을 리도 없을텐데 말이다.
세월은 그렇게 몸으로 정직하다. 자전거는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내 몸과 근육에서 나오는 힘으로 달리는 기계다. 그러니 세월과 나이를 가장 속임없이 알려주는 탈것이다. 근육과 바람과 체인이 공명하면 나의 지금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솔직함이 반갑다. 좀처럼 마주하질 못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달리던 10대의 그날들에는 느끼지 못했던 솔직함과 반가움이기도 하다. 아니, 굳이 느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다시 그 길을 함께 달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니 굳이 그 길이 아니더라도 그저 함께 달릴 날은 남아 있겠느냐. 부쩍 그런 생각으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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