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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리없이 오열했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물이었다. 따뜻한 봄볕조차 미치지 않는 차가운 땅 속으로, 삼베천으로 꽁꽁 싸인 그의 어머니가 무명천을 지지대 삼아 천천히 들렸다가 조금씩 내려졌다. 몸 크기에 맞게 파낸 줄 알았던 홈이 작아 몸이 다시 들렸다. 인척들은 혀를 차며 인부들을 나무랐다. 손에 박인 굳은살보다 더 무뚝뚝하던 인부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변하며 연방 "죄송합니다"를 되뇐다. 아래쪽을 삽으로 더 파내고서야 인척들의 표정이 풀린다. 횟가루가 섞인 차가운 흙이 그 위에 흩뿌려졌다. 160cm가 채 될 것 같지 않은 몸은 그렇게 부분 부분 세상과 이별했다. 관 뚜껑을 5등분한 듯한 나무판자가 홈 안에 몸을 봉인했다. 사고로만 남아있던 죽음이 땅밑으로 내려가는 순간 몸으로 느껴져서일까. 그는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몸으로 울었다. 묏자리 옆엔 철쭉이 흐드러졌다.

 

스무 발자국 옆에선 LPG 가스통에 연결된 솥이 펄펄 끓고 있었다. 솥 안엔 살점이 드문드문 붙은 갈비가 펄펄 끓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국그릇에 국을 받아 파를 올리고 후루룩 마셨다. 밥을 말아 우걱우걱 씹었다. 하관할 때 사람들은 모두 눈시울을 적시고 콧물을 들이켰다. 목구녁에 점액이 묻고 기진맥진해 입맛이 없을 법도 했건만 꾸역꾸역 먹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맛을 느끼기 위해서 보단 곡기를 때우기 위해 먹는다. 죽은 이는 땅속에 묻히고, 남은 자는 죽은 이를 가슴에 묻는다. 하지만 남은 자는 또 살기 위해 먹는다.

 

그가 묻는다. "부모님이 몇살이시지?" 새삼 나이를 다시 세어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젓고 답을 않는다. 그들이 앞으로 나보다 오래 살진 못할 것이란 걸 스스로 인정하기 싫기 때문일까. 그렇게 먼 산만 바라보고 다른 말로 선문답한다.

 

가끔 현실임이 분명함에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부모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란 건 현실이다. 하지만 목도될 현실에 대한 외면은 타인에 대한 태도가 관계의 지배를 받기 때문 아닐까, 싶다. 관계는 의지에 지배를 받는다. 관계를 맺는 행동에는 자신이 그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파생되기 마련이다. 부모의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를 삶을 의식하게 되면서 평소답지 않은 의지가 그들을 대하는 행동에 개입되는 순간, 그 부대낌은 되레 그들에게 불편함을 줄 지도 모른다. 뭘 해야좋을 지 몰라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는데, 자꾸 몸으로 울던 그가 떠오른다. 나도 잠시 몸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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