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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IN&OUT no.3


비정규직법의 공식 명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보호'한다,고 돼 있다. 법의 얼거리는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2006년 11월30일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 노동계는 "2년이 되기 전 비정규직을 해고하면 막을 수단이 없다"고 반발했다.

한울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맡았던 직책을 계속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보완돼야한다고 주장했었다"고 했다. 직책이 보존되면, 사측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일이 손에 익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없을 것이라는, 그래서 적어도 무차별 해고는 막을 수 있다는 대안적 논리였다. 경총 등 사측 단체는 침묵했다. 법도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논리는 갑자기 역전됐다. 사측 단체는 "2009년 7월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침묵을 깼다. 대량해고로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걸 막아야한다고 했다. 함께 침묵하던 노동부도 "70만 명 해고 대란"설을 함께 폈다. 법은 그제야 꿈틀댔다. 3월12일 '2년에서 4년 연장' 비정규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노동부는 4일 올 7월1일부터 해고나 자발 실직한 노동자는 37.1%라고 발표했다. 당초 노동부 예상은 70%였다. 1년 동안 추정치는 14만 여명으로 급수정됐다. 70만 명의 5분의 1이다. 해고 대란설은 결국, 허구였다.

게다가 비정규직 36.8%는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26.1%는 그대로 일하고 있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현장에서 법이 무시되는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법치를 강조하는 이 정부에서 이 초법적인 상황은 어떻게 해석될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정정훈 변호사는 이렇게 썼다. "법은 종종 '가면 쓴 권력'이라는 조롱을 받아왔지만, 오늘날 우리의 '법'은 더 자주 '정의'라는 가면을 불편해하며, 권력(힘)의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다. '힘이 곧 법'이라는 조폭 논리를 버전 업그레이드하면, '법이 곧 정의'라는 가짜 법치주의의 버전이 나온다. '힘=법'인 세상과 '법=정의'인 세상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 같다. 그 세상은 바로 여기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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