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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인앤아웃 no.4


잠시 웬일인가 했지만, 역시 그뿐이었다. 6일 인도인 보노짓 후세인(28)씨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한국인이 모욕죄로 처음 기소됐다. 제도가 누군가를 처벌하는 일이 그다지 기뻐할 일만은 아님에도, 그날의 기소문은 우리 안에 깊숙이 박힌 순혈주의와 배타적 인종주의에 대한 일종의 반성문으로 읽혀 다행스럽다, 싶었다. 

하지만 안도는 곧 한숨으로 바뀌었다. 8일 열여덟 살 때 올린 '한국 비하 글'이 뒤늦게 공개된 아이돌 그룹 2PM의 리더 재범(22)이 팀을 탈퇴하고 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문제가 드러난 지 고작 나흘만이었다. 그가 공항에서 출국 '될' 때, 우리의 배타적 애국주의가 함께 '수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열등감은 보통 내성적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자주 공격적으로 표출되며 본색을 드러낸다. 백인에게는 왠지 더 친절한 것이 인종적·문화적 열등감의 한 예라면, 흑인이나 동남아인들을 왠지 더 내려보려는 행위는 또 다른 열등감의 발로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인종적 서열을 스스로 매겨두고, 상대적 우월감을 맛보려는 행위에는 우리끼리의 마스터베이션으로 지위를 기어이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패배의식이 역설적으로 숨어있다.
 

배타적 애국주의도 매한가지다. 한 명의 개인이, 그가 비록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자리에 있는 스타라 하더라도, 그가 내뱉은 말 몇 마디가 '한국의 이미지를 먹칠'할 만큼의 영향력은 사실, 거의 없다. 그 정도의 발언을 껴안을 관용이 없는 사회, 비루한 열등감을 패악으로 감추고 초조함에 바들대는 우리 모습이,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자존감이 높은 개인은 굳이 너와 나를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상대적 우월성이나 열등성을 따져보지 않더라도, 그런 개인은 스스로의 존재 자체가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구태여 남과 비교해 우리의 치부만 속속 드러내는 자충수를 둘 필요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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