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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인앤아웃 no.25
4년 만에 만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아이들은 여전했다. 파리한 몸에 걸친 옷은 남루했고 흙 때가 까맣게 낀 손톱엔 핏기가 없었다.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빛을 잃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기없는 입술을 옹송그리며 나무 피리와 팔찌, 손톱깎이와 비단 천, 복제 책과 기념 티셔츠를 들고 저마다 자기의 물건을 사달라고 호소했다.
여전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4년 전 2개에 1달러이던 가격은 1개에 1달러로 뛰어 있었다. 영어로 "선생님, 2개에 1달러에요"라고 말하던 아이들은 어느새 한국말을 배워 "오빠, 하나만 사. 손톱깎이. 천원"이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흔드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오빠'란 단어에서 잔뜩 이물감이 들었다. 일용노동자 하루 일당이 3달러(약 3300원) 정도인 나라에서 아이들의 1달러가 어느 정도의 가치인지 가늠되지 않았다.
자선이나 기부는 사회의 문제를 개인의 자비심에만 의지하는, 그래서 소외된 상대의 처지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리바이스 청바지 한 벌을 사는 돈의 대부분은 브랜드 가치와 교환될 뿐, 캄보디아 현지 공장에서 하루 종일 고사리 손으로 바지를 짜는 아이들의 노동력과 교환되지 않는다. 이때 리바이스 청바지를 사는 몇만 원과 나무 피리 가격 1달러의 간극엔 자비심 너머의 구조적 불평등이 가려져 있다. 그들의 삶에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채 섣부른 동정만으로 우리가 할 일을 다 한양 재지 않아야할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