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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홈페이지 캡처


이재훈의 인앤아웃 no.32

그의 아버지는 시골의 실업계 학교 교사다. 혈압 탓에 몸이 불편해선지 아버지는 요즘 흰 머리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평소 별로 말이 없다. 늙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래서 눈 대중으로 짐작만 가능하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했다는 뉴스가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단을 훑어봤다. 아버지의 이름 옆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는 역시 말한 적이 없었다. 곧 정년 퇴임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싶으면서도 걱정이 된다. 그는 "오늘 집에 소주라도 한 병 사가지고 가야겠다"고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의 판결을 무시하고 교원단체 명단 공개를 강행했다. 공개 이후 반응은 엇갈렸다. "전교조라는 게 떳떳하다면 왜 공개를 꺼리느냐"는 견해와 "개인의 선택이 떳떳한지 여부는 신상정보를 마음대로 까발린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못 된다"는 반론이 있었다. 하지만 이 논점은 채우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성인이 되기 전 아이들을 미리 입도선매하려는 사적인 욕망이 그 가운데 하나다. 이때 공공의 영역이 되어야할 의무교육의 장은 정치적인 이념의 각축장이 되고 공공의 영역은 인성의 배움터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체제로 변질되고 만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비인간적인 무한경쟁 체제에 내 아이를 편입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과 욕망이다. 명단 공개에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가진 개인은 '한국의 학부모'란 또 다른 자아가 됐을 땐 의견을 접어둔 채 내 아이의 선생님이 전교조인지 아닌지 훔쳐보고 안도하거나 불안해한다. 이는 전교조 교사들이 '좌파'이기 때문이 아니라 '경쟁 교육을 반대한다'는 그들이 내 아이의 경쟁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엔 교육이 없고 훈육만 존재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학부모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을 내 아이가 욕망하길 바란다. 명문대와 그 결과로 이어질 안정된 대기업 취업이라는 학부모의 욕망과 달리 내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욕망하며 일탈하면 학부모는 그 통제되지 않음을 불안해한다. 그래서 이번 정부에 의해 '일탈자' 취급을 받고 있는 전교조 교사는 다수의 학부모에게 내 아이의 선생으로선 배척의 대상이 되고 만다.

신상 정보가 까발려지는 수치심 이상으로 전교조 교사 아버지를 둔 아들이 걱정으로 소주잔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까닭엔 이런 비인간적 무한경쟁 체제가 낳을 배척에 대한 두려움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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