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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인앤아웃 no.34

2003년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샤프란(44·가명)은 2008년 11월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의 공장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가구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 다름없지 않았다. 문 앞이 술렁댔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제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사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몇 명은 수갑을 지니고 있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샤프란은 후문으로 내달렸다. 단속반원이 팔을 잡아챘고, 샤프란은 이를 뿌리치다 4m 높이의 계단에서 굴렀다. 단속반원이 그 위를 덮쳤다. 오른발 뒤꿈치는 금이 갔고 왼쪽 무릎뼈는 부러졌다. 몸을 옹송그린 그에게 단속반원은 수갑을 채웠다. 호송버스에서 그는 통증을 호소했지만 "꾀병 부리지 말고 사무실로 가자"는 답이 돌아왔다. 의사는 그에게 "무릎 수술을 받아야하는 중상"이라고 진단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 계장은 "도의적 책임은 지지만 법적 책임은 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공단 일대에선 단속반원 100여명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150여명을 검거했다.

같은 해 9월 25일 법무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19.3%를 차지하는 '불법 체류자'를 5년 내 10% 이내로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불법 체류자들이 법외 외국인노조를 만들어 체류 합법화를 요구하고 정치적 집회까지 참여한 게 이유라고 했다. 불법 체류자가 자진 출국하면 범칙금 등을 면제하고 입국 규제기간도 줄여준다고 했다.

지난 3일 법무부는 6월부터 불법 체류자를 집중 단속할 방침을 밝혔다. 자진 출국하면 범칙금 면제 등의 혜택을 준다는 단서도 붙었다. 2008년의 말과 올해의 말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엔 오는 11월 예정된 G20 정상회의의 안전이 단속의 이유라는 점이 달랐다. 2년 만에 바뀐 이유가 어떤 접합점을 가지는 지, 이주노동자들이 왜 정상회의의 안전에 해가 되는 지 헤아릴 수 없었다.

2008년 정권이 바뀌고 한 해 동안 3만 831명의 미등록 체류자가 단속됐고, 3만 576명이 강제 퇴거됐다. 2006년엔 1만 2645명이 단속돼 1만 8574명이 강제 축출됐다.

정권을 바꾼 한나라당은 이달 초 필리핀 출신인 자스민(33)과 태국 출신인 센위안 닛티타(32), 몽골 출신 이라(33) 등 3명의 여성을 6·2지방선거에 나설 서울시와 대전시, 경기도 비례의원으로 선출했고, 대통령의 부인은 6일 미국프로풋볼의 한국계 혼혈 스타 플레이어 하인스 워드(34)를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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