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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오장풍 교사 폭력' 동영상 캡처



이재훈의 인앤아웃 no.43

 

얼마 전 트위터 팔로워들이 각자 가진 악몽과 같은 체벌의 기억을 반추하는 글을 릴레이식으로 올린 적이 있다. 글을 하나씩 읽으며 그들의 기억을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참담했다. 한국 사회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별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각자 트라우마를 안은 채 어딘가에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는 말과 크게 어긋나지 않음이 짐짓 각인되어서다. 체벌은 '말 듣지 않는 아이'를 다른 어떤 수단보다 빠르게 교사 개인의 권능에 복속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과정을 무시한 속도전과 다르지 않고, 그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의 폭력보다 더 교묘한 인권 배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벌이란 속도전으로 '교육'을 하는 교사와 학교가 엄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악몽을 떠올렸던 기성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와 달리 지금은 체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교사보다 무너지는 교권 확립의 필요악과 같은 수단으로 체벌을 거론하는 교사가 더 많아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체제 순응적인 인간'을 길러내고 있는 현실을 넘어선 대안적 교육 공간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적 통제로 아이들의 복종을 끌어내라고 강요하는 교육 현실을 해체하고 체벌 이외의 방법으로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수단을 일차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최근 현직 교사 블로거인 '부정변증법'은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조용하고 반듯하게 학생들이 앉아있는 수업'을 권장하는 현재의 학교 분위기를 바꾸는 것과 동시에 머리 색깔, 머리 길이, 교복의 스타일 등 아이들을 훈육하는 행위와 무관한 통제 기제부터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시간의 준수와 약속의 준수, 책임의 완수'를 통해 다른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을 익힐 수 있도록 훈육의 범위를 최소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체벌을 없애려면 촘촘히 짜놓은 그물로 학생들을 숨막히게 하고, 그 그물을 치기 위해 동원된 교사들을 시달리게 하는 규제부터 완화하라는 말이다.


체벌 이외의 방법으로 교권을 확립할 수 있는 수단에는 '꼴찌도 행복한 교실'이라는 책을 펴낸 박성숙씨의 대안이 눈에 띈다. 박씨는 최근 올린 블로그 글에서 독일의 예를 들어, 아이가 계속해서 고의로 수업을 방해하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교장에게 불려가게 하거나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이 사실을 알리는 '벌칙'을 체벌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 벌칙을 가장 싫어해 일단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를 자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벌칙은 속도전으로 복종을 강요하는 폭력적 체벌보다 일단 공동체를 해친 행위에 대한 반성 과정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에서 범례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오장풍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마자 곽노현 서울교육감이 '체벌 금지 법제화'를 선언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에다 경기도 교육청의 '학생 인권 조례' 논의를 선두에서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조처는 그 자체만으로 인권 친화적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이 조처마저 속도전의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폭력 동영상이 논란이 되자마자 즉자적으로 나온 제도의 공표 이전에, 매일 학교 체제에서 허덕이고 있는 학생과 교사들을 옥죄는 일차적 현실부터 차근차근 밟아가야 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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