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체험했던 건 군에 있을 때였다. 훈련소 특기 교육을 받던 1998년 6월 21일 새벽 4시.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지 아니면 훈련이 없던 새벽 시간인 점을 감안해선지 교관은 14인치 TV를 연병장에 꺼내놓고 수백 명의 훈련병들에게 월드컵 축구를 보여줬다. 네덜란드와 한국이 경기를 하고 있었고, 네덜란드는 5골을 몰아치며 한국을 넉다운시켰다. 한국 축구가 좌절했던 그날, 나는 내가 속한 국가의 대표 팀이 좌절하는데 온전히 동화될 수 없었다. 네덜란드 축구의 미학에 넋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뛰는 10명의 네덜란드 선수들은 수비할 땐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한국 선수들을 압박해 계속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공격할 땐 한국 수비..
너를 바라보는 시선
2010. 6. 29.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