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학교가 갑자기 난리법석을 치를 때가 있었다. 커터 칼로 왁스를 긁어내 흩어놓은 뒤 헝겊으로 목재 마루를 닦고, 화장실은 호스로 물을 뿌려 머리카락 한 올까지 하수구로 보낸 뒤 물기를 모두 닦아냈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늘어선 화분의 오와 열을 맞추고, 운동장에는 과자 봉지의 조각 비닐까지 모두 주워담았다. 창문은 물로 깨끗이 닦고 신문지를 구겼다 편 뒤 남은 물기를 닦아냈다. 선생은 평소 문제아로 낙인찍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길 때까지 매질을 해대던 아이에게 갑자기 친절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나흘 청소를 하고 '문제아'를 대하는 선생의 태도가 남다를라 치면, 며칠 뒤 어김없이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찾아왔다. 장학사는 잔뜩 고개를 치켜들고 교문에 들어섰고,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언사..
그녀는 관조한다. 정적인 그림을 보고 동적인 상상을 한다. 때론 자신의 상상이 개조해낸 캐릭터를 묘사하며 따뜻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까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지점에서 더는 발을 내딛지 않는다. 캐릭터가 처절하게 몸부림쳐도, 그녀는 입을 막고 함께 울지언정, 그 몸부림을 받아 안아줄 깜냥이 자신에게 없음을 알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뿐이다. 그녀는 담담히 자신의 한계와 자신의 깜냥, 자신의 시선을 글로 표현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몰입하지 않은 만큼이나 깔끔하다. 그는 몰입한다. 개체를 둘러싼 온갖 이데올로기의 틈입이라는 물결을, 그는 온 손가락과 발가락을 동원해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끝내 그 개체는 이데올로기의 틈입으로부터 물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이 막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