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오후였다. 그즈음 나의 머리는 미디어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온갖 죽음과 그 죽음의 서사들이 복잡하게 얽혀 한없이 무거웠다. ‘해고 트라우마’, ‘업무 스트레스’, ‘생활고’, ‘성적 비관’ 등의 범주들로 어쩌면 단순하게 분류된 죽음들은 때론 뜨거운 한탄과 함께, 때론 차갑도록 묵묵히 하나의 인간사로 미디어에 기록됐다. 한명의 인간으로 제대로 눈길조차 받지 못하던 인간들이, 마침내 죽음에 이르고 난 뒤에야 한명의 인간으로 기록되는 지독한 역설 앞에서 나는 그저 무기력했다. 그 죽음 뒤에 가려진 서사들은 오롯이 개별적일테지만, 어느덧 하나의 보편으로 묶인 채 나를 오래 짓눌렀다. 하지만 나는 그 보편성을 어떤 언어로 규합해야 할지 선뜻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던 내게 가슴..
너를 바라보는 시선
2011. 3. 10.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