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본 뒤 그 영화가 좋았다거나 싫었다는 평가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철저히 나의 기준에만 따른다면, 영화는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를 기준으로 보고 즐기는 대상으로만 존재하진 않는다. 내게 있어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차이로도 기능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는, 그게 비록 플롯도 상실한 채 만들어지는 잉여 영화이거나 B급 문화를 ‘저질스럽게’ 담아낸 ‘나쁜’ 영화라 하더라도 내게 의미를 손짓한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철학이 있든 없든, 그런 것도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영화는 감독이 만들지만, 그가 던진 텍스트는 나와 접합하는 순간 이미 나의 해석 지점으로 넘어와 나의 사유 안에서 부유한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내겐 나와 접합했던 영화 가운데 텍스트가 유도된 객관적..
너를 바라보는 시선
2010. 8. 24.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