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모녀’에 무릎 꿇은 알바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틀린 이유를 쓰면서 부쩍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사례가 조기숙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의 인식 사이에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은 =>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그리고 굴뚝의 저항') 조 교수와의 대화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조 교수의 시선에서는 백화점 주차 알바 일이 ‘앞으로 기회가 많은 젊은이’가 희생할 수 있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반발하고 일을 때려치는 '즉자적 저항'으로 자존심을 지키라는 명령에는, ‘너는 그 정도의 일 따위를 할 아이가 아니다’라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알바생 1433명을 대상으로..
평지 기온이 영하 9도였던 13일 새벽, 쌍용차 해고 노동자 2명이 평택공장 굴뚝에 올랐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뒤 5년을 싸웠다. 26명의 동료와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사법부와 행정부, 국회는 그들을 돌아보지 않는다. 벼랑 끝에 몰려 밟고선 곳이 칼바람에 ‘증기선처럼’ 흔들리는 폭 1m 도넛형 굴뚝 위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살자”며 여전히 희망을 말한다. 그들의 희망은 “공장 안 동료들”과 굴뚝 위를 바라봐줄 사람들의 반응이고 연대다.지배적인 반응은 희망을 말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독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우리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70미터 굴뚝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약하고 나약한 존재이고 무서움 또한 많고 여린 인간인지를 알리기 위해 올랐습니다”라는 해고자 이창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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