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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모녀’에 무릎 꿇은 알바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틀린 이유

를 쓰면서 부쩍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사례가 조기숙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의 인식 사이에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은 =>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그리고 굴뚝의 저항')

조 교수와의 대화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조 교수의 시선에서는 백화점 주차 알바 일이 ‘앞으로 기회가 많은 젊은이’가 희생할 수 있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반발하고 일을 때려치는 '즉자적 저항'으로 자존심을 지키라는 명령에는, ‘너는 그 정도의 일 따위를 할 아이가 아니다’라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알바생 14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6.5%가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한다고 답한다. 가장 많은 답변이다. 넓게 봐서 ‘앞으로 기회가 많은 젊은이’라고 볼 수 있는, ‘취업 준비 병행’이나 ‘이직을 위한 경력쌓기’, ‘원하는 분야 일자리 기근’ 등의 이유를 다 합쳐도 20.3%밖에 되지 않는다. (관련 기사 => 알바생 36.5% "난 당장 먹고 살려고 '알바'한다"

지난해 기준 20대 정규직은 모두 232만명이고, 비정규직은 109만명이다. 1년 전보다 정규직은 1.8%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5.8%나 늘었다. 알바와 인턴 등이 비정규직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작년 신규취업자 54만명 늘어 20대 정규직 비율 늘었다)

이러니 '비정규직이거나 단기계약직 또는 계약직도 되지 못하는 처지에서 일하다가 지쳐서 떨어져 나온 사람이 대부분’인 ‘유휴 청년층’이 2011년 기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13년에는 전체 청년층의 10%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 "아무 것도 안 한다" 유휴 청년층, 그들은 누구인가?)

조 교수 주변의 젊은이들과 달리, 지금은 모두가 창창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내가 하지 않아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밑바닥부터의 호소가 송곳처럼 올라오고 있다. 그런 목소리에 학자인 조 교수는 정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여전히 백화점 모녀에게 무릎을 꿇었을 지언정,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든 사회에 알리려 했던(그것이 심지어 복수심과 같은 심정이었다 할지라도) 그 알바생의 행위는 일종의 ‘저항’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재를 해보면, 상당히 많은 케이스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를 걱정하면서 스스로 이 사실을 사회에 고발하길 꺼린다. 얼마 전 취재했던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동대표 말린 경비원 해고’ 사건 때도 그랬다. (관련 기사 =>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한 동대표 말린 경비원 해고)

앞서 기사 ‘갑질 모녀’에 무릎 꿇은 알바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틀린 이유에서도 얘기했듯, 이런 세세한 저항을 통해 사회적 여론이 모이면서 지배 계급과 대중의 윤리의식이 점점 유리되고, 그런 간극에 의해 사회적 비판 여론이 사회 구조와 지배 계급으로 집중될 때 비로소 집단의 저항이 가능해진다. 우리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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