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이 쓴 는 발행 두 달 남짓 만에 10만 부가 넘게 팔리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책은 7년이 넘도록 복잡하게 이어져온 쌍용차 사태의 맥락과 사실 관계를 어느 정도 충실히 담은 한 권짜리 텍스트다. 그렇기에 줄지어 숨을 거두는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해 단순한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어떤 지점에서 함께 분노해야 할지 그 팩트를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풀리기 어려워 보이는 굴레도 안고 있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하종강과 이선옥이 이미 매체에 게재한 글을, 공지영이 에 인용된 여러 글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용’했다는 논란이다. 다른 인용 글과 달리 본문에 인용 표기가 전혀 없다. 책 뒷부분 ‘출처 및 참고자료’에 하종..
정기구독 신청 “덕후와 잉여라는 주체를 관통하는 공통된 흐름은 소비중심주의적 주체입니다. 생산중심주의 사회에선 배제되던 존재들이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개인화·파편화하면서 기성세대 관점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주체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주체와 양식이 ‘덕후’와 ‘잉여’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사전을 보면 덕후는 ‘어떤 분야나 사항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열중하며 집착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어 변용이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잉여는 ‘사회에서 인정을 못 받아서 인터넷상에서 온갖 찌질한 짓으로 인정을 받으려고 하는 인간’이라고 설명돼 있다. 덕후는 1990년대 한국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조금씩 확장하면서 소비주의를 중심으로 주체와 양식을 차츰 외화했다..
걸그룹 티아라는 단 한 번도 그들의 실재를 드러낸 적이 없다. 그들은 2009년 후크송 을 히트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고양이 발 장갑을 손에 끼고 엉덩이를 흔들며 ‘보핍’만 110번 반복하는 노래다. 지난해 6월 발표돼 인기를 끈 는, 이 노래보다 한 달 전 개봉돼 736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의 추억 장사 콘셉트에 그대로 편승했다. 물론 다른 걸그룹도 실재를 알 수 없는 이미지 상품이긴 마찬가지다. 소녀시대는 ‘순수하지만 섹시한 소녀들’이라는 역설의 이미지로 삼촌 팬들의 열광을 이끌었고, 카라는 ‘역경과 실수를 딛고 일어선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들장미 소녀 캔디’ 이미지로 오빠 팬들의 환호를 낳았다. 하지만 티아라는 그런 상품화한 이미지조차 제대로 구축한 적이 없다. 이미 대중성을 인정받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