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인앤아웃 no.38 2003년 개봉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유교 사회의 엄숙한 도덕주의로 포장됐던 조선시대에 대한 한국 사회의 공공연한 편견에 균열을 일으켰다. 정숙했을 것이라고 믿어온 사대부 집안의 조씨 부인(이미숙)과 그의 사촌인 조원(배용준)이 9년째 수절중인 숙부인 정씨(전도연)를 꼬드길 수 있는지를 두고 내기를 걸다니. 영화는 조씨 부인과 정씨가 첫사랑 관계라는 점에서 근친상간 금지라는 둘의 관계 내부적 금기와 숙부인이 지켜야할 수절의 가치라는 외부적 금기를 함께 깨부수는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려냈다. 하지만 놀라웠던 건 이런 텍스트를 별다른 거부감없이 받아들인 한국 사회였다. 70~80년대에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면 성균관 유림회가 들고 일어나지 않았을..
2002년 이후 4년마다 월드컵이 오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몸이 발그스레 달뜬다. 2002년 이전의 월드컵은 덩치 큰 동네 형들과 싸우러 나갔다 잔뜩 매 맞는 우리 형을 보는 기분이었다. 늘 위축됐고 한탄스러웠고 지레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2002년부턴 달랐다. 한신대 김종엽 교수는 이 감정을 두고 "2002년 한국 대표팀의 연이은 승리가 준 일종의 외상적인 체험으로 쾌적한 만족과는 상이한 어떤 한계의 돌파로부터 밀려든 과도한 쾌락, 일종의 희열"이라고 분석했다. 그랬다. 과도한 쾌락에 잔뜩 달뜬 사람들은 자신의 한 몸으로 오롯이 감당할 수 없는 폭발적 흥분을 분출하기 위해 광장으로 달려나와 남 보란듯이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광장에는 그래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군집했다. 한국 근대 사회에서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