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인앤아웃 no.28 지난해 10월부터 지하철과 보행로 곳곳엔 '우측통행' 게시글이 붙어있다. 국가는 '보행속도 증가'와 '심리적 부담 감소', '보행자 안전'과 '글로벌 보행문화 정착' 등을 시행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 나가보면 우측보행을 엄숙히 따르며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들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목적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좌측보행이 왜 우측보행으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마저 그다지 없다. 왜 그럴까. 국가가 명령을 내리면 무조건 따라야만 전체가 발전할 것 같던 때가 있었다. 긴 머리를 자르라면 잘라야했고,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라면 입지 않아야했다. 긴 머리와 미니스커트가 왜 국가 발전에 방해가 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강력한 국가의 ..
이재훈의 인앤아웃 no.20 장발장은 빵을 훔치고 19년간 감옥살이를 해야했다. 지금 다시 법정에 그를 세운다면 굶어 죽을 수 없었던 절박한 선택과 그 반대 급부에 서 있는 빵 주인의 경제적 손실을 두고 법리 논쟁이 펼쳐질 것이다. 이때 법은 절실한 처지를 동정하는 시각을 배제하고 절도죄라는 법리로만 그를 구속할 수도 있고, 경제적 손실만 갚으면 절도 행위 자체는 감면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의만으로 판단하는 법정에서라면 그는 단연코 무죄다. 굶어 죽음으로 인한 생명의 손실보다 우위에 설 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이 용산사건 수사기록 공개를 두고 충돌하고 있다. 수사기록 공개 여부의 열쇠를 쥔 형사소송법을 두고 법리 해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법리 다툼 뒤에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어온 법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