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을 말할 때 우리의 방점은 ‘성’에 찍힌다. 그 다음은 ‘아동’이다. 어떻게 그렇게 어린 ‘아이’에게 그런 ‘성’적인 행동을 하느냐가 첫 반응이다. 이때 가장 중심이 돼야 할 ‘폭력’이란 개념은 어느덧 가려진다. 아동 성폭력에서 외부적 상처는 일부에 불과하다. 폭력에 의해 덧난 정신적 상처는, 씻기 어려운 평생의 굴레다. 8일 아동 성폭력 상담과 치료,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서울 마포구 해바라기아동센터 김태경 임상심리전문가를 만나 우리의 선입견에 따끔한 죽비를 맞아봤다. 김태경 임상심리전문가는 해바라기아동센터 개소 때부터 상담과 치료, 법률과 수사지원을 맡아왔다. 카톨릭대 심리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여러 건의 논문을 썼다. 올 초엔 '진술조사의 맥락에서 본 기..
이재훈의 인앤아웃 no.7 아이는 말을 잃었다. 바싹 마른 입술은 이따금 불안하게 달싹이며 뭔가 말을 만들어내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이 소리로 맺히는 일은 없었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혹시 설명해도, 그게 사실이라고 증명할 방도가 없다. 눈동자는 깊이를 잃은 채 마치 흐린 유리창 같다. 들여다봐도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 눈동자는 어디에도 초점이 맺혀 있지 않다. 바라보는 것은 가상의 한 점에 지나지 않았다. 질문에 반응하는 아이의 고갯짓은 행동반경이 고작 1㎝도 되지 않았다. 깜빡 놓쳐버릴만큼 작은 움직임이었다. 아이는 무언가가 빠져나가고 남은 빈 허물처럼 보인다. 성인에게 수없이 반복적으로 강간당했다. 자궁 내부에도 상처가 있고, 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