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초여름 한국은 '삼순이 열풍'에 몸살을 앓았다. 몸은 뚱뚱하고 이름은 촌티가 흐르는 여자. 결혼과 현실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서른 살 여자란 시기적 비주류성에다 고졸 학력을 갖췄고 편모슬하이기까지. 갖춘 거라곤 날카로운 언변과 누구 앞에서도 꿀리지 않는 당당함 뿐이다. 하긴 그 두 가지마저 여자가 가지면 한국 사회에선 그다지 장점이 되지 못한다. '못 생긴 게 성질까지 더럽다'는 소릴 듣기 딱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순이는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지지의 바탕엔 두 가지 까닭이 자리 잡고 있다. 하나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루저'인 그녀가 '밀땅' 연애를 하는 대상이 바로 얼짱에다 재력까지 갖춘 대표적인 엄친아 '삼식이'였기 때문이다. "삼겹살 출렁이는 주제에 감히 우..
에서 본 개별적 주체에 대한 기대 대상에 대한 호명에는 대상에 대해 '객관적'이라고 믿어지는 신화가 담긴다. '명품'으로 호명되는 각종 고가 브랜드 제품들이 한 예다. 명품 소비자들은 제품의 실질적 사용가치보다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타자보다 우월한 지위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대중의 신화를 소비하는 데 기꺼이 막대한 돈을 지불한다. 그런 신화의 단면이 '짝퉁'이다. 짝퉁을 산다는 건 명품의 '정당한' 가치라고 믿어지는 만큼의 돈을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의 '객관적 신화'만 툭 떼어내 소유하고자 하는 행위다. 하지만 짝퉁을 산 사람 가운데 자랑스레 "나 짝퉁 샀어"라고 말하는 이가 드물 듯 짝퉁 소비자들은 명품의 가치가 '신화적'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 대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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