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이미 일상으로 내면화돼 있었다. 학교가 경쟁을 강요하며 공부 잘하는 학생만 떠받들고 있지만, 학생은 그런 학교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상위권에 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서울의 ㄱ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3학년 정성모(가명·18)군은 “아이들끼리 1등부터 50등은 ‘알짜배기’, 51등부터 100등은 ‘예비인력’, 100등 밖은 ‘잉여’라고 부른다”며 “학교가 결국 100명만 끌고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년별로 1등부터 50등까지 성적순으로 독서실 지정석을 만들어 두고, 그들과 51~100등 사이에는 칸막이를 설치해 학생들을 갈라놓았다. 1등부터 10등까지 최상위 학생들이 앉는 책상은 다른 학생들의 책상보다 더 넓고, 사물함도 달려 있다..
내가 시각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체험했던 건 군에 있을 때였다. 훈련소 특기 교육을 받던 1998년 6월 21일 새벽 4시. 폭동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지 아니면 훈련이 없던 새벽 시간인 점을 감안해선지 교관은 14인치 TV를 연병장에 꺼내놓고 수백 명의 훈련병들에게 월드컵 축구를 보여줬다. 네덜란드와 한국이 경기를 하고 있었고, 네덜란드는 5골을 몰아치며 한국을 넉다운시켰다. 한국 축구가 좌절했던 그날, 나는 내가 속한 국가의 대표 팀이 좌절하는데 온전히 동화될 수 없었다. 네덜란드 축구의 미학에 넋을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뛰는 10명의 네덜란드 선수들은 수비할 땐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한국 선수들을 압박해 계속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공격할 땐 한국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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