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민주화 열풍으로 쫓겨난 사립대 비리 재단의 복귀 노림수에 ‘흔한 비리’ 면죄부로 담합하는 사학분쟁조정위 한국은 숭고한 교육 사업가들의 나라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4년제 대학 179곳 가운데 사립대는 152곳으로 전체의 84.9%에 이른다. 국립대는 25곳, 공립대는 2곳밖에 안 된다. 사립대 비율이 유례없이 높다. 교육 현장에 공공의 자본보다 개인의 자본이 깊숙이 개입돼 있다. 학교 법인은 유력한 ‘재산 도피처’다. 태생부터 그랬다. 해방 이후 농지개혁을 하던 와중에 정부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려고 대지주들에게 토지를 학교재단으로 등록하면 농지개혁 대상에서 빼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땅을 잃을까 두려워하던 대지주들은 앞다퉈 사립학교를 설립했다. 오래 불지 못한 교육 민주화 바람 개인의 ..
경쟁은 이미 일상으로 내면화돼 있었다. 학교가 경쟁을 강요하며 공부 잘하는 학생만 떠받들고 있지만, 학생은 그런 학교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상위권에 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서울의 ㄱ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3학년 정성모(가명·18)군은 “아이들끼리 1등부터 50등은 ‘알짜배기’, 51등부터 100등은 ‘예비인력’, 100등 밖은 ‘잉여’라고 부른다”며 “학교가 결국 100명만 끌고 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연해 있다”고 했다. 이 학교는 학년별로 1등부터 50등까지 성적순으로 독서실 지정석을 만들어 두고, 그들과 51~100등 사이에는 칸막이를 설치해 학생들을 갈라놓았다. 1등부터 10등까지 최상위 학생들이 앉는 책상은 다른 학생들의 책상보다 더 넓고, 사물함도 달려 있다..
“오늘도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울었습니다. 너무 창피하다고. 선생님이 칠판에 ‘급식지원신청서 제출’이라고 쓰시기에 가슴이 철렁했지요. 제 이름을 부르실까 봐서요. 아이들이 눈치채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경험자분들 꼭 좀 대답해주세요.” “저도 이 문제로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그냥 떳떳하게 가서 말하세요. 그리고 정 창피하시면, 급식비 지원 받으려고 일부러 가난하다고 거짓말했다고 하세요. 그럼 애들도 ‘와 좋겠다’ 그래요.” 2010년 12월 20일 EBS 가 방송한 ‘공짜밥’ 편에 나온 학생들의 인터넷 질의응답 가운데 일부다. 최근 보편적 무상급식을 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몽니를 부리는 가운데 전파를 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고 ‘눈칫밥’ 먹는 아이들의 처지에 공감하..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12년째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아무개(38) 교사는 5일 와 만나자마자 불쑥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내밀었다. 모의고사 도중 한 교실에서 엎드려 자는 절반의 학생들, 한 개 번호로 쭉 내려 찍은 답안지, 학교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학생들이 쓰러뜨린 화분과 쓰레기통, 욕설 섞인 낙서가 사진에 담겨 있었다. 그는 “10년 전과 달리 요즘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모여 축구나 농구를 하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또래 문화가 사라진 학교는 그야말로 서열화한 대학 가운데 어떤 곳을 갈지 경쟁하는 학원이 되었고, 학생들은 더 이상 대학 이후에 뭘 하고파 하는지 꿈을 얘기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와 대학이 가파르게 입시기관과 취업사관학교가 되고 있다. 학교..
이재훈의 인앤아웃 no.43 얼마 전 트위터 팔로워들이 각자 가진 악몽과 같은 체벌의 기억을 반추하는 글을 릴레이식으로 올린 적이 있다. 글을 하나씩 읽으며 그들의 기억을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참담했다. 한국 사회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별적 폭력의 피해자로서 각자 트라우마를 안은 채 어딘가에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는 말과 크게 어긋나지 않음이 짐짓 각인되어서다. 체벌은 '말 듣지 않는 아이'를 다른 어떤 수단보다 빠르게 교사 개인의 권능에 복속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과정을 무시한 속도전과 다르지 않고, 그것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의 폭력보다 더 교묘한 인권 배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체벌이란 속도전으로 '교육'을 하는 교사와 학교가 엄존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