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화한 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의 대항 헤게모니화는 어찌 보면 필연이다. 세상은 더 이상 ‘노동자 계급’만의 정체성으로 전복할 수 있을 정도로 일원화한 세계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세력은 다양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분산되어 있다. 노동 운동 외에 여성 등과 같은 성적 소수자 운동, 이주노동자와 인종 차별 반대 운동, 녹색 운동, 장애인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고정되지 않은 이들이 각자의 불평등 관계를 타파하기 위해 투쟁하면서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대항 헤게모니를 구축하는 과정이다.여기서 문제는 이 정체성들 사이의 관계는 과연 수평적이어야 하는 것인가, 이다. 정체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불평등을 타파하는 것만으로 해방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
‘백화점 모녀’ 사건에서 분노는 대체로 모녀에게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서비스 노동자에게 ‘갑’의 위치에 있는 소비자가 횡포를 부렸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라는 정체성은 마주한 서비스 노동자에게 화폐로 교환하는 제품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하면서 마음껏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권력이다. 소비는 소비자에게 권력을 쥐여주고, 화폐를 매개로 한 권력관계에서 서비스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음을 거듭 확인해준다.그런데 일부에서 ‘부당함에 맞서 패기있게 저항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백화점 주차장 알바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갑질만 욕할 게 아니고 주체의 자성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알바생이 소비자와 서비스 노동자 사이의 권력관계라는 구조에 무릎 꿇지 말고, 하나의 ..
김군이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은 IS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말에서 볼 수 있듯, 여성 혐오 역시 하나의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넉넉지 않아 보이는 가정환경도 한 원인이 됐을 것이고, 원활치 않았던 부모와의 관계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그 밖에도 아직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이 18년의 삶 안에 녹아있다."내 나라와 가족들을 떠나고 싶다. 단지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말은 한국 땅에서 김군의 삶이 그만큼 원활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PC를 리부트하듯, 새로운 사회적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준 공간이 하필히면 타인에게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테러 집단이었다는 점이 문제겠지만, IS만큼 그들..
얼마 전 올렸던 블로그 글 ‘샤를리 엡도 이후: 언론의 자유가 곧 비판으로부터의 자유는 아니다’나 각종 다른 글로만 간접적으로 샤를리 엡도를 접하는, 프랑스어를 한 줄도 읽지 못하는 나는 많은 이들이 샤를리 엡도를 일컬어 ‘모든 권위와 체제에 저항하기 때문에 좌파 잡지'라고 말하는 설명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과연 우리는 모든 권위에 저항해야 하고 모든 체제에 저항해야 하는 것인가. 모든 권위와 체제에서 자유로운,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운 관계로 이뤄진 사회는 과연 가능한가. 권위는 권위주의와 동일한 개념인가.나는 일정한 권위는 체제를 돌리는 데 있어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체제를 배제하자는 말은 어쩌면 그냥 차별을 하자는 말과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체제없는 온전한 개인들의 아름다..
‘갑질 모녀’에 무릎 꿇은 알바생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말이 틀린 이유를 쓰면서 부쩍 들었던 생각은 내가 지난 글에서 얘기했던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사례가 조기숙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의 인식 사이에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글은 => '냉소와 분노의 계급화, 그리고 굴뚝의 저항') 조 교수와의 대화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조 교수의 시선에서는 백화점 주차 알바 일이 ‘앞으로 기회가 많은 젊은이’가 희생할 수 있는 통과의례 정도로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반발하고 일을 때려치는 '즉자적 저항'으로 자존심을 지키라는 명령에는, ‘너는 그 정도의 일 따위를 할 아이가 아니다’라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알바생 1433명을 대상으로..
‘청순 글래머’는 한국 남성이 욕망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이다. 몸은 빵빵하고 얼굴은 예쁘되 남성을 압도하지 못하는 수동성을 지닌 여성. 그런 한국 사회에서 ‘당당하다’는 평을 호평으로 듣는 여성은 흔치 않다. 가수 이효리는 그런 흔치 않은 여성 중 하나다. 이효리는 섹시함과 당당함을 공유한 스타임에도 팬층의 지지는 젠더를 막론한다.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여성 역시 한국 사회에서 환대받기 어렵다. 대부분의 사회적 약자가 그렇듯, 여성 역시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 나서는 순간 배척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가수 이효리에게는 정치적 발언마저 트렌드로 만드는 힘이 있다. 채식을 하고 동물권을 외치는 이효리의 행동은 채식의 철학과 동물 보호의 정치 위에 세련된 스타일을 입힌다. 심지어 직접 기른 작물을 먹고사는..
- Total
- Today
- Yesterday
-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
- 표창원
- 살인
- 쌍용차
- 연쇄살인
- 교육
- 욕망
- 지방선거
- 촛불
- 천안함
- 화성
- 이명박
- 관계
- 트위터
- 김진숙
- 범죄
- 한나라당
- 진보
- 죽음
- 좌파
- 연쇄실종
- 정치
- 노동
- 남아공월드컵
- 신자유주의
- 폭력
- 쌍용차 옥쇄파업
- 하종강
- 진중권
- 월드컵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